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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사구 하나에 벤치클리어링이 두번이나 터졌다. 긴 시간 경기가 중단됐다.
0-2로 뒤진 5회초, 대규모 벤치 클리어링이 터졌다. 지난번 상황과는 다른, 보다 감정적인 충돌이었다. 그것도 사구 1번에 2번의 벤치 클리어링이 이어졌다.
2사 주자없는 상황, 볼카운트 1B1S에서 최원태의 3구째 146㎞ 투심이 롯데 전준우의 팔꿈치 쪽으로 날아들었다. 공에 맞은 전준우는 순간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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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에는 김태형 롯데 감독이 직접 나선 대규모 벤치 클리어링도 터졌다. 삼성 양창섭이 롯데 전민재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한 직후 다음타자 윤동희의 머리를 향해 위협구를 뿌렸기 때문.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온 김태형 감독은 양창섭이 아닌 삼성 더그아웃 쪽을 향했고, 박진만 감독이 '고의가 아니다'라며 사과하는 한편 투수를 교체하면서 분위기를 수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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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최원태는 억울한 표정과 함께 사과 대신 '고의가 아니다'라는 제스처로 두 팔을 들어올렸다. 전준우는 순간 울컥했지만, 때맞춰 강민호가 이를 저지했다. 강민호의 거듭된 설득에 사태가 제법 진정되는듯 했다.
벤치를 비우고 달려나왔던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갔지만, 최원태는 여전히 격앙된 상태였다. 격한 몸짓과 함께 전준우에게 다가섰고, 다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양팀 선수들은 다시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다. 자칫하면 양팀 선수단의 감정싸움이 극심해지면서 경기 분위기도 격해질 수 있는 상황.
이날 현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다행스러웠던 것은, 리그 최고참급이면서 삼성과 롯데 양쪽에서 오래 뛰었고, 선수들 사이에도 '마당발'로 통하는 강민호가 이날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는 것. 강민호는 전준우를 비롯한 양팀 선수단을 두루 다독이며 더이상 분위기가 날카로워지는 일을 방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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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삼성 입장에선 지고 있던 경기를 오히려 뒤집는 터닝포인트가 된 벤치 클리어링이었다. 공교롭게도 승부를 뒤집은 것도 강민호와 구자욱이었다.
삼성은 5회말 김성윤 구자욱의 적시타로 동점을 이뤘고, 강민호의 2타점 2루타가 터지며 4-2로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은 6회에도 김지찬 김성윤 구자욱의 연속 적시타가 터지며 3점을 추가, 9대3으로 승리했다. 도가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벤치 클리어링을 마무리짓고, 선수단의 단합을 다잡은 강민호와 구자욱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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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