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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2번째야 → 억울하네" 12일전과는 달랐던 감정 충돌, 사구 하나에 벤클 2번!…흐름을 바꾼 두 남자 [SC포커스]

김영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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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30 10:56 | 최종수정 2025-05-30 11:11


"너 2번째야 → 억울하네" 12일전과는 달랐던 감정 충돌, 사구 하나에…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5회초 2사 전준우가 최원태의 공에 맞으며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했다. 전준우가 최원태를 향해 '두 번째'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9/

"너 2번째야 → 억울하네" 12일전과는 달랐던 감정 충돌, 사구 하나에…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5회초 2사 전준우가 최원태의 공에 맞았다. 첫 번째 벤치클리어링 발발 후 1루에 나가던 전준우와 최원태가 또다시 충돌했다. 2차 벤치클리어링까지 벌어진 후에야 두 사람이 화해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9/

"너 2번째야 → 억울하네" 12일전과는 달랐던 감정 충돌, 사구 하나에…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5회초 2사 전준우가 최원태의 공에 맞았다. 첫 번째 벤치클리어링 발발 후 1루에 나가던 전준우와 최원태가 또다시 충돌하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9/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사구 하나에 벤치클리어링이 두번이나 터졌다. 긴 시간 경기가 중단됐다.

그 답답한 분위기를 호재로 바꿔놓았다.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와 구자욱의 빠른 수습이 돋보였다.

삼성은 29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대3 역전승을 거뒀다.

0-2로 뒤진 5회초, 대규모 벤치 클리어링이 터졌다. 지난번 상황과는 다른, 보다 감정적인 충돌이었다. 그것도 사구 1번에 2번의 벤치 클리어링이 이어졌다.

2사 주자없는 상황, 볼카운트 1B1S에서 최원태의 3구째 146㎞ 투심이 롯데 전준우의 팔꿈치 쪽으로 날아들었다. 공에 맞은 전준우는 순간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원태의 전준우 사구는 이날이 2번째다. 지난 17일 부산 더블헤더 2차전 때도 최원태의 직구가 전준우의 왼쪽 어깨를 때리는 상황이 있었고, 시리즈 내내 거듭된 사구에 날카로워져있던 롯데 선수단을 대표해 전준우가 최원태에게 경고를 날렸다.


"너 2번째야 → 억울하네" 12일전과는 달랐던 감정 충돌, 사구 하나에…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그날 경기는 최원태에게도 속상한 경험이었다. 자신이 3회 정훈의 강습 타구에 맞고 타박상을 입어 1군에서 제외됐고, 선발투수가 일찌감치 내려간 삼성이 역전패했기 때문. 당시 롯데는 3연승으로 주말 3연전을 스윕한 바 있다.

이튿날에는 김태형 롯데 감독이 직접 나선 대규모 벤치 클리어링도 터졌다. 삼성 양창섭이 롯데 전민재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한 직후 다음타자 윤동희의 머리를 향해 위협구를 뿌렸기 때문.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온 김태형 감독은 양창섭이 아닌 삼성 더그아웃 쪽을 향했고, 박진만 감독이 '고의가 아니다'라며 사과하는 한편 투수를 교체하면서 분위기를 수습했었다.


"너 2번째야 → 억울하네" 12일전과는 달랐던 감정 충돌, 사구 하나에…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이번엔 상황이 달랐다. 최원태는 억울한 표정과 함께 사과 대신 '고의가 아니다'라는 제스처로 두 팔을 들어올렸다. 전준우는 순간 울컥했지만, 때맞춰 강민호가 이를 저지했다. 강민호의 거듭된 설득에 사태가 제법 진정되는듯 했다.

벤치를 비우고 달려나왔던 선수들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갔지만, 최원태는 여전히 격앙된 상태였다. 격한 몸짓과 함께 전준우에게 다가섰고, 다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양팀 선수들은 다시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다. 자칫하면 양팀 선수단의 감정싸움이 극심해지면서 경기 분위기도 격해질 수 있는 상황.

이날 현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다행스러웠던 것은, 리그 최고참급이면서 삼성과 롯데 양쪽에서 오래 뛰었고, 선수들 사이에도 '마당발'로 통하는 강민호가 이날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는 것. 강민호는 전준우를 비롯한 양팀 선수단을 두루 다독이며 더이상 분위기가 날카로워지는 일을 방지했다.


"너 2번째야 → 억울하네" 12일전과는 달랐던 감정 충돌, 사구 하나에…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5회초 2사 전준우가 최원태의 공에 맞으며 벤치 클리어링이 발발했다. 강민호가 전준우를 말리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9/
여기에 삼성 주장 구자욱의 빠른 대처도 빛났다. 구자욱은 주장답게 충돌의 한복판에서 전준우와 최원태를 말리는 한편, 이후 직접 마운드에 올라 최원태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1루에 있던 전준우에게 사과 인사를 하도록 보냈다. 마운드 위에서 모자를 들어보이는 인사가 아니라 투수가 1루까지 직접 걸어가 미안함을 표하는 진짜 사과였다.

결과적으로 삼성 입장에선 지고 있던 경기를 오히려 뒤집는 터닝포인트가 된 벤치 클리어링이었다. 공교롭게도 승부를 뒤집은 것도 강민호와 구자욱이었다.

삼성은 5회말 김성윤 구자욱의 적시타로 동점을 이뤘고, 강민호의 2타점 2루타가 터지며 4-2로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은 6회에도 김지찬 김성윤 구자욱의 연속 적시타가 터지며 3점을 추가, 9대3으로 승리했다. 도가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벤치 클리어링을 마무리짓고, 선수단의 단합을 다잡은 강민호와 구자욱의 힘이었다.


"너 2번째야 → 억울하네" 12일전과는 달랐던 감정 충돌, 사구 하나에…
29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삼성전. 사구 벤치클리어링이 정리된 후 구자욱이 최원태를 전준우에게 데려가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5.29/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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