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내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1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선수 박경수'가 마지막으로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는 순간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심했다. KT는 이날 박경수 QC코치가 팬들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는 은퇴식을 마련했고, 박 코치는 은퇴식 특별엔트리로 등록돼 마지막으로 그라운드에 누빌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박 코치는 출전 준비가 됐냐는 물음에 "사실 이틀 동안 펑고를 받았는데, 다리에 알이 배었다"고 답하며 웃었다. 이어 "기회가 된다면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단 팀이 이기는 게 우선이다. 굳이 타이트한 상황에 나가고 싶진 않다. 은퇴식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라고 개인의 욕심을 먼저 내세우지 않겠다고 했다.
박 코치는 성남중-성남고를 졸업하고 2003년 LG 트윈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차지명 특급 내야수였으나 LG에서는 기대만큼 화려한 선수로 기억되지 못했다.
박 코치는 2015년 KT로 FA 이적한 뒤로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했다. 신생팀에 꼭 필요한 베테랑이었고, 지난 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기 전까지 KT에서 뛴 10년 중에 6년 동안 주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이 빼어났다. KT가 2020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고, 2021년 창단 첫 통합 우승 당시에는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리더십, 남다른 프로 의식이 돋보였던 선수. 그래서 박 코치의 수식어는 '영원한 캡틴'이다.
|
|
박 코치는 "(구단에서) 준비를 엄청 많이 하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 은퇴식을 하면서 은퇴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선수로서 큰 자부심이 들 것 같다"고 먼저 구단에 감사를 표했다.
박 코치는 팀의 기틀을 다진 선수라는 이 감독의 칭찬과 관련해서는 "노력했던 것은 사실이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든 분이 알 것이다. 구단이나 감독님이 오픈돼 있지 않으면 그 또한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후배들의 생각이다. 같이 있었던 고참 선수들 , 다 동의를 했고 다 같이 노력했기에 현재 우리 문화가 만들어지고 정착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준이 형도 고생 많이 했고, 배운 것도 많다. 내가 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다 같이 좋은 문화를 만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박 코치는 이날 출근길에 경기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경기를 앞두고 위즈파크 중앙 위즈홀에서 팬 100면을 대상으로 박 코치의 사인회를 마련했는데, 박 코치의 사인을 받기 위한 팬들이 줄을 서 있었던 것.
박 코치는 "감사하다. 내가 가장 성적이 좋았을 때는 팬분들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지금 최근에 우리팀 팬들이 정말 많이 늘어서 과연 선수 박경수에 대한 생각이 어떨지 궁금했다. 오늘 줄을 선 모습을 보고 또 다른 감동이 오더라. 앞으로 어떤 지도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KT 위즈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다 감수하고 팬분들한테 늘 좋은 모습,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선수 박경수로서 많은 응원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박 코치는 KBO 통산 204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49(5608타수 1396안타), 161홈런, 719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이날 2044번째 출전 기록을 남길 수 있을까.
|
|
수원=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