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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내 자리가 영원할 것 같다는 생각도 조금 했었다."
2020 시즌부터 3년 연속 전경기 출전을 했다. 그만큼 이 감독의 믿음은 확고했다. 다른 선수는 빼고 해도, 배정대를 빼는 건 상상도 못했다. 2023 시즌과 지난 시즌은 부상에 발목이 잡혀서 전경기 출전이 가로막혔지, 주전에서 빠질 선수가 아니었다. 특히 유독 끝내기 찬스에서 극적인 안타를 많이 쳐 '끝내주는 사나이'라는 닉네임도 얻었다.
하지만 올해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안현민이라는 '근육 거포'가 혜성같이 등장한 것. 안현민은 이제 뺄 수 없는 중심타자가 됐다. 외야 한 자리를 줘야했다. 로하스는 외국인 선수니 못 빼고, 개막부터 꾸준하게 타격감을 유지한 김민혁도 제외할 수 없었다. 프로 세계는 냉정했다. 중견수 '철밥통'이라고 여겨졌던 배정대가 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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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배정대가 살아나고 있다. 10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 리드오프로 출격, 투런포 포함 3안타를 몰아치며 팀의 12대3 대승을 이끈 것. 최근 5경기 연속 안타다. 공교롭게도 김민혁이 손목을 다치며 빠진게 배정대에게는 기회가 됐다. 이강철 감독은 "배정대가 이렇게 해주면, 김민혁이 와도 자리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정말 냉정한 프로의 세계다.
배정대는 갑자기 살아난 타격감에 대해 "런닝도 많이 했고 웨이트 트레이닝, 타격 훈련도 정말 많이 했다. 처음으로 돌아가보자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시즌 초부터 이어진 부진을 떨쳐보고자 하는 시도였냐고 묻자 "맞다. 몸 반응도 느려지고 하는 것 같아 많이 뛰었다. 솔직히 웨이트 트레이닝도 조금 소홀했었다. 바꿔보려 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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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대는 올시즌 갑작스럽게 힘겨워진 주전 경쟁에 대해 "안현민 같은 경우 KBO리그를 대표할 선수가 될 거라 생각한다. (김)민혁이는 너무 잘 치고 있었고, 그러니 내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는 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충분히 내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 생각했고, 거기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해보자는 동기부여가 됐다"고 솔직하게 설명했다.
배정대는 이어 "작년까지만 해도 어쩌면 내 자리가 영원할 것 같다는 생각을 조금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에 하늘에서도 뭔가 내게 가르침을 주신 것 같다. 많이 좋아졌다. 내 자리를 다시 만들어가는 건 내 스스로 할 일이다. 계속해서 잘 해보겠다"고 씩씩하게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수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