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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허리 통증에서 돌아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팀의 '승리요정'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정후는 11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앞서 이정후는 허리 쪽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8일과 9일에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홈경기에 결장했다. 8일에는 대타로 한차례 나와 스탠딩 삼진을 당했고, 9일에는 완전히 쉬었다.
휴식을 통해 허리 통증을 극복한 이정후는 3경기 만에 선발 라인업에 돌아왔다.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를 시즌 처음으로 1번 타순에 배치했다. 이정후의 선구안과 타격 능력, 빠른 스피드를 최대한 활용해 공격의 물꼬를 틀어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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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여유있게 서서 3루까지 도달했다. 타구의 궤적과 비거리를 보면 거의 홈런이나 마찬가지다. 하필이면 쿠어스필드의 가장 먼 펜스쪽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3루타가 됐을 뿐이다. 메이저리그 스탯캐스트는 이정후의 이 타구가 MLB 30개 구장 중 22곳에서는 홈런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운이 없어서 홈런이 3루타로 됐다는 뜻이다.
이로써 이정후는 지난 4월 22일 밀워키 브루어스전 이후 50일 만에 시즌 3호 3루타를 달성했다. 손쉽게 3루에 나간 이정후는 후속 윌리 아다메스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아 선제 득점을 올렸다. 리드오프 투입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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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정후는 잠시 침묵에 빠졌다. 3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삼진을 당했고, 4회초 2사 1, 2루 때는 3루수 뜬 공에 그치고 말았다. 2-3으로 뒤지던 7회초에는 다시 선두타자로 나와 투수 앞 땅볼로 고개를 숙였다.
이정후가 침묵하는 사이 샌프란시스코는 8회까지 2-5까지 끌려갔다. 9회초 마지막 공격이닝이 시작됐다. 여기서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이때도 이정후가 한 몫했다.
선두타자 케이시 슈미트의 솔로홈런(3-5)으로 역전극의 불씨를 당긴 샌프란시스코는 이후 타일러 피츠제럴드, 앤드류 키즈너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 찬스를 잡았다. 이때 이정후가 타석에 나왔다. 상대 투수는 잭 아그노스였다. 볼카운트 1B1S를 신중하게 고른 뒤 3구째 몸쪽 높은 커터를 밀어쳤다.
하지만 3루수 정면으로 가고 말았다. 2루 선행주자 피츠제럴드가 3루에서 아웃됐다. 다행히 느린 타구속도와 이정후의 빠른 발이 맞물리며 병살타를 피했다. 이정후는 1루에 나갔다. 콜로라도 투수 아그노스는 크게 동요했다. 결국 폭투와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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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를 탄 샌프란시스코는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의 역전 적시타까지 터지며 6-5로 전세를 뒤집었다.
이정후는 역전승의 마지막 순간도 함께했다. 9회말 2사 1, 3루 위기에서 타이로 에스트라다가 친 타구가 센터 쪽으로 떴다. 내야를 살짝 벗어나 애매한 위치였다. 수비수들의 범위가 겹칠 뻔했다. 그러나 이정후가 빠른 판단으로 달려나와 안전하게 공을 잡으며 경기를 끝냈다. 역전승의 순간, 모든 시선을 사로잡은 플레이였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