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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5일전 그 완벽했던 3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불펜 적응을 배려한 사령탑의 첫번째 테스트는 성공이었다.
그대로 김강현이 7회까지 마무리해도 될 상황이었다. 1이닝을 책임졌다곤 하나 김강현의 투구수는 9개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필승조도 아니었다. 남은 아웃카운트 하나, 김태형 롯데 감독의 선택은 윤성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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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윤성빈은 2군에서 6경기 연속 불펜으로 등판, 13이닝 5실점을 기록하며 불펜투수로서의 역할을 몸에 익혔다. 특히 22개의 삼진은 아무리 2군이라지만, 독보적인 구위를 짐작케 했다.
그리고 13일 1군에 올라왔고, 15일이 복귀 첫 등판이었다. 0-1로 뒤지고 있는 7회말, 비록 주자는 없었지만 마냥 마음 편한 상황은 아니었다. 심지어 상대 타자는 SSG가 자랑하는 국대 외야수 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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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2구는 모두 볼이었지만, 그래도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타겟팅됐다. 3구째를 노린 최지훈의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아갔지만, 우익수 뜬공으로 마무리됐다. 마운드를 내려가는 윤성빈을 향해 팬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윤성빈은 2017년 1차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했다. 이후 2년차였던 2018년 18경기(선발 10)에 등판, 50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5패 평균자책점 6.39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이후 긴 침묵이 이어졌다. 1년에 1경기 올라왔다가 마운드 공포증이 의심될 만큼 격렬한 난조를 보여준 뒤 내려가는 일이 반복됐다. 때문에 윤성빈은 오랫동안 미디어와의 접촉을 피했다. 언제나 '은퇴'라는 두 글자가 그를 맴도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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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1년반이 지났다. 김태형 감독을 위시한 코치진의 정성스런 보살핌 속에 윤성빈은 2군의 만년 유망주가 아닌 1군 선수로 거듭나는 문턱에 서 있다.
이날의 아웃카운트 하나는 훗날 롯데 뒷문을 책임질 '필승조' 윤성빈의 새로운 시작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윤성빈은 이대로 잊혀지는 대신 자신을 괴롭히는 현실에 맞서 이겨내는 쪽을 택했다. 더이상 '마지막'이 아닌 '출발'을 이야기하는 그가 될 수 있을까.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