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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분해서 잠을 못 잘 것 같다" 노히트 노런 눈앞에서 놓쳤으나 ERA '1.15' 1위, 4년 전 신인 77명 중 76번째 지명 투수의 대반전[민창기의 일본야구]

민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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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6-20 10:30


"오늘은 분해서 잠을 못 잘 것 같다" 노히트 노런 눈앞에서 놓쳤으나 E…
니혼햄 우완 기타야마가 19일 요미우리를 상대로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9회 1사후 홈런을 내주면서 노히트 노런이 날아갔다. 사진캡처=니혼햄 파이터스 SNS

"오늘은 분해서 잠을 못 잘 것 같다" 노히트 노런 눈앞에서 놓쳤으나 E…
기타야마는 9회말 2사후 마지막 타자에게 시속 153km 직구를 던져 경기를 끝냈다. 경기 내내 요미우리 타자들을 압도했다. 사진캡처=니혼햄 파이터스 SNS

"오늘은 분해서 잠을 못 잘 것 같다" 노히트 노런 눈앞에서 놓쳤으나 E…
기타야마는 2022년 신인 드래프트 8지명 선수다. 그해 12개 구단이 정식 지명한 77명 중 76번째로 뽑혔다. 사진캡처=니혼햄 파이터스 SNS

'노히트 노런'까지 아웃카운트 2개가 남았다. 9회말 1사까지 볼넷 1개만 내주는 완벽투를 이어가고 있었다. 눈앞으로 다가온 대기록을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잠시 후 도쿄돔 관중석에서 환호와 한숨이 터졌다. 홈런 한방으로 노히트 노런이 날아갔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9번-포수 오시로 다쿠미(32)가 니혼햄 파이터스 우완선발 기타야마 고키(26)를 상대로 우월 홈런을 터트렸다. 인코스 낮은 쪽으로 떨어진 포크볼을 제대로 공략했다. 요미우리의 첫 안타이자 유일한 안타였다. 기타야마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홈런을 내줬으나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1번 마루 요시히로를 1루수 땅볼로 잡고, 2번 나카야마 라이토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마지막 타자 상대로 던진 122번째 마지막 공이 시속 '153km'를 찍었다. 이날 시속 155km가 그의 최고 구속이었다.

앞선 7회 2사까지 단 1명의 주자도 허용하지 않았다. 볼넷으로 첫 주자를 내보내 퍼펙트가 깨졌다. 기타야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선발투수 역할을 수행해 다행이다. 그러나 오늘은 분해서 잠을 못 잘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9이닝 1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시즌 5번째 승리를 완투로 올렸다. 평균자책점을 1.15로 끌어내렸다. 규정 이닝을 채우고 세이부 라이온즈 에이스 이마이 다쓰야(1.17)까지 제쳤다. 퍼시픽리그 평균자책점 1위가 됐다. 센트럴리그까지 포함해 전체 1위다.

올 시즌 선발로 10번 등판했다. 8경기를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로 마쳤다. 이 중 3번이 완투고, 평균 7이닝을 넘었다. 최근 6경기에선 4차례 8이닝 이상을 던졌다. 5월 21일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상대로 9이닝 4안타 1실점 완투승을 거두고 한 달 만에 완투승을 추가했다. 매 경기 신조 쓰요시 감독을 웃게 한다.

프로 4년차 우완. 기타야마가 주목받는 이유가 또 있다.

2021년 10월 열린 일본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교토산업대 4학년이던 기타야마는 드래프트 신청서를 내고 기다렸다. 신인 드래프트가 시작
"오늘은 분해서 잠을 못 잘 것 같다" 노히트 노런 눈앞에서 놓쳤으나 E…
9회 1사후 기타야마의 노히트노런을 홈런으로 깨트린 요미우리 오시로. 우월 1점 홈런을 터트렸다. 사진캡처=요미우리 자이언츠 SNS
되고 2시간이 됐는데도 이름이 안 나왔다. 마음을 비우고 다른 길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니혼햄이 마지막에 기타야마 이름을 불렀다. 8라운드 마지막 지명이었다. 그해 12개 구단이 정식 지명한 77명 중 76번째로 뽑혔다. 막차를 딴 셈이다. 일본 언론은 그가 선수 대기실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기타야마는 고교 졸업을 앞둔 2017년, 한 차례 실패를 맛봤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대학에 진학해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웠다.


어렵게 프로 선수의 길에 들어섰다. 아무래도 상위권 지명 선수가 주목받는다. 먼저 이들에게 기회가 돌아간다. 프로 생리가 그렇다. 그런데 기타야마는 달랐다. 그의 재능과 잠재력을 알아본 지도자가 있었다.

입단 첫해 겨울, 2군 캠프에서 출발했다. 2군을 방문한 신조 감독이 기타야마가 불펜에서 던지는 모습을 봤다. 다음날 바로 1군 캠프로 올렸다. 연습경기, 시범경기를 거쳐 자신감이 쌓였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 못한 일이 벌어졌다. 신조 감독이 루키 투수를 개막전 선발로 발표했다. 파격의 파격이었다.

소프트뱅크와 개막전. 선발로 나가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2안타-3볼넷을 허용했지만 실점 없이 마쳤다. 오프너 역할을 잘 수행했다. 이후 불펜으로 이동해 첫해 55경기에 나갔다. 중간에 마무리도 맡았다. 3승5패16홀드9세이브-평균자책점 3.51. 신인 드래프트 8라운드 지명 투수,
"오늘은 분해서 잠을 못 잘 것 같다" 노히트 노런 눈앞에서 놓쳤으나 E…
기타야마는 올 시즌 10경기 중 8경기를 퀄리티 스타트로 마쳤다. 경기당 평균 7이닝 넘게 소화하고 있다. 사진캡처=니혼햄 파이터스 SNS
'신조 칠드런'은 이제 니혼햄의 주축 선발이다. 기타야마는 지난해 프리미어 12 일본대표로 나갔다.

인터리그(교류전) 9승6패. 니혼햄은 퍼시픽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오릭스 버팔로즈에 2.5경기 앞선 1위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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