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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처음에는 아예 걷기도 힘들어서 천천히 걷고, 최대한 밖에 안 나가면서 집에만 있었다."
올해 나성범의 목표는 풀타임이었다. 해마다 햄스트링 또는 종아리 부상에 시달리면서 2023년 58경기, 지난해 102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해만큼은 건강히 한 시즌을 버티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너무도 오래 자리를 비웠다.
처음에는 걷는 것도 힘들어 외출을 자제했다. 집에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먹는 것도 줄였다. 하체 부상인 만큼 몸무게 관리가 중요했다. 2023년 똑같은 부상으로 고생한 경험이 이번에 도움이 됐다.
올해 KIA는 나성범을 비롯해 김선빈, 김도영, 윤도현 등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여럿 이탈해 애를 먹었다. 그래도 오선우, 김호령, 김석환, 고종욱 등 대체 선수들이 한 단계 뛰어넘는 활약을 펼치면서 6월 승률 1위를 기록하는 등 반등할 수 있었다.
나성범은 주장인 동시에 2022년 시즌을 앞두고 KIA와 6년 150억원 초대형 FA 계약을 했다. 몸값을 기준으로 하면 절대 뺄 수 없는 선수인데, 겸허히 후배들과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전반기에 잘 버틴 후배들이 기특한 동시에 좋은 자극도 됐다.
나성범은 "경기를 보는데 어린 선수들이 잘 버텨주고 있었다. 나도 부상으로 빠졌지만, (김)선빈이랑 주요 선수들이 빠졌는데 선수들이 잘 버텨줘서 고마웠다. 그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경쟁해야 할 것 같다. 마음을 다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재활하는 동안 답답한 마음보다 미안한 마음이 컸다. 동시에 반복되는 부상을 향한 비난을 견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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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범은 2023년 부상 복귀 후 폭발적인 화력을 보여줬다. 그해 58경기에서 타율 0.365(222타수 81안타), 18홈런, 57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나성범은 후반기 56경기를 남겨두고 복귀한 올해도 2년 전과 같은 폭발력을 보여 줄 수 있을까.
나성범은 "솔직히 나도 생각지도 못하게 2023년에는 잘 쳤더라. 그대로 할 수 있도록, 힘들겠지만 그래도 한번 노력해 보도록 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나성범에게 후반기부터 다시 주장을 맡으면서 팀 타선을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그라운드에 나설 나성범과 김선빈이 빠르게 경기 감각을 회복하면, KIA는 지난해 통합 우승의 발판이 된 엄청난 화력을 갖출 수 있다.
나성범은 "감독님께 인사 드리고 왔는데, 든든하다고 하셨다. 기대를 하시는 것 같긴 하더라. 선빈이도 그렇고, 이제 합류했는데 부상 없이 가는 게 가장 목표니까 잘하자고 이야기했다. 감독님이 다시 주장을 맡아서 잘 이끌어 가라고 하셨다. 잠깐이지만 선빈이, 그리고 (박)찬호가 임시 주장을 했는데 아마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주장이 되면 팀이 질 때 약간 눈치가 보인다. 이길 때는 솔직히 그런 게 전혀 없는데, 질 때는 그렇다. 후반기에 조금 더 많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종아리 부상 복귀 때와 비교하면 훨씬 몸 상태가 좋다. 그때는 복귀할 때도 당기는 느낌이 있었다면, 올해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이미 경험한 부상이기에 막연한 불안감도 없다. 당장은 수비할 때 너무 무리하지 않게 신경 쓰는 게 관건이다.
나성범은 "2군에서 5이닝까진 뛰었다. 1군에서는 또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2군에서처럼 조절하면서 뛸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지금까지 문제 없었으니까 괜찮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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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