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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류현진과 김광현의 사상 첫 선발 맞대결이 펼쳐진 26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순위 결정전이나 포스트시즌만큼 많은 취재진이 대전에 몰렸다.
돌고 돌아 30대 중후반이 돼서야 한 경기에서 만난 류현진과 김광현. 류현진과 1987년생 동갑이자, 김광현과 SK 와이번스(현 SSG) 시절부터 오랜 시간 한솥밥을 먹었던 한화 포수 이재원은 "이제서야 맞대결을 하게 된 게 아쉽다"고 했다. 이재원은 "두사람 모두 전성기였을때 맞붙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너무 늦게 성사가 된 것 같다"고 연신 아쉬움을 표했다. 20대 최전성기에 승부를 겨뤘다면, 선동열-최동원 못지 않은 최고의 명승부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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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시작 직후 우천 취소 경기가 나오면서 로테이션이 조정됐고, 두사람의 맞대결이 성사된 직후부터 이숭용 SSG 감독은 "로테이션을 바꿀 이유는 없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대로 간다"면서도 내심 "아마 본인(김광현)은 조금 신경이 쓰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둘 다 멋진 승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괜히 선발 매치업에 많은 이목이 쏠려 선수가 부담을 느끼는 상황을 원치않을 수 있지만, 상징성이 큰 선수들에 대한 야구 선배로서의 격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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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김경문 감독. 그리고 그때 대표팀의 '특급 원투펀치'가 바로 류현진과 김광현이었다. '일본 킬러' 김광현의 활약과 '결승전 호투'를 펼친 류현진이 있었기에 전승 우승 금메달이라는 업적을 이뤄낼 수 있었다. 김경문 감독에게도 최고의 영광을 안겼던 순간. 김 감독은 "2008년도 이 두 친구들의 활약 덕분에 제가 여태까지 감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마움과 애틋한 마음을 슬쩍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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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과는 둘째 문제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 만큼 여전히 건재한 두 위대한 스타의 낭만이 그라운드에 남아있다.
평소답지 않게 긴장한 채로 등판을 준비했던 김광현. 경기 후 김광현은 "현진이 형은 저에게 진짜 우상이자 대투수고, 항상 따라가야 하고 위를 올려다보는 투수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이런 결과가 나왔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서로 좋은 컨디션에서 최고의 피칭을 한번 더 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대전=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