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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더 올 수 있는 선수도 없다."
이범호 감독과 이호준 NC 감독이 지난 17일 후반기 첫 시리즈를 치르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트레이드 카드를 맞췄다. KIA는 불펜 보강, NC는 중견수 보강과 장타력 강화를 원했다. 트레이드 카드는 두 감독이 정했고, 각 구단의 승인을 거쳐 이날 발표했다. 온전히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트레이드였다.
KIA의 불펜 보강 고민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통합 우승의 주역인 필승조 장현식이 FA로 풀리면서 LG 트윈스와 4년 총액 52억원에 계약했다. 장현식은 지난 시즌 75경기, 75⅓이닝을 기록할 정도로 중용됐다. KIA 역시 장현식을 잡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으나 52억원을 전액 보장하는 LG의 파격 조건에 밀렸다.
KIA는 지난해 12월 키움에서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다. 현금 10억원과 2026년 신인 1, 4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는 출혈이 있었으나 통산 88세이브를 자랑하는 특급 불펜을 얻기 위해 기꺼이 감수했다.
조상우는 올해 셋업맨의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는 있지만, 안정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 조상우의 가장 큰 무기인 직구의 구위가 떨어지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올해 50경기에서 4승6패, 24홀드, 43이닝, 평균자책점 4.81을 기록했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 수)가 1.67로 너무 높다. 홀드 1위에 올라 있는데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문제는 조상우 하나 만이 아니었다. KIA 불펜이 후반기 시작과 함께 집단 부진에 빠졌다. KIA의 후반기 7경기 불펜 평균자책점은 8.64로 리그 9위다. 압도적 최하위 키움(10.38)을 논외로 치면 사실상 꼴찌다. 5강 경쟁을 펼치는 팀이라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정해영(15.43) 조상우(13.50) 최지민(13.50) 이준영(27.00) 성영탁(8.31)까지 평균자책점이 다 믿을 수 없이 높다. 필승조에서는 전상현 홀로 3이닝 무실점으로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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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불펜 보강을 하지 않으면 5강도 물 건너가는 상황. 어느 해보다 5강 경쟁팀이 많은 상황에서 트레이드 시장에 최상급 매물이 나올 리 만무했다.
궁지에 몰린 KIA가 지금 시점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할 수 있는 최상의 불펜 카드는 김시훈과 한재승이었다. 최원준과 이우성, 홍종표는 모두 1군 전력이긴 하나 올해 백업 이상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이다. 예비 FA인 최원준은 KIA에서 남은 시즌을 벤치에서만 지키는 게 더 손해인 상황이었고, 이우성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주전 경쟁에서 밀린 선수들에게는 길을 터주고, 뒷문을 조금 더 단단하게 잠그는 데 주력한 것. 이들을 트레이드 시킨 명분은 충분한데, 결국 장현식 이적 나비효과가 여기까지 미쳤다는 것을 부정하긴 어려워졌다.
우완 김시훈은 2018년 1차지명 출신으로 NC에서 선발과 불펜으로 중용했던 선수다. 지난해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다. 올해는 구위 저하 문제로 15경기에서 16이닝, 평균자책점 8.44에 그치고 있으나 트레이드가 긍정적인 자극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우완 한재승은 2021년 2차 4라운드 지명 선수로 올해 18경기에서 1패, 18이닝,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WHIP가 2.11로 매우 높고, 볼넷(19개)과 삼진(18개) 비율도 좋진 않다.
심재학 KIA 단장은 "김시훈은 필승조로 활약했을 정도로 구위가 뛰어난 선수이며, 한재승도 빠른 공과 구위를 갖춘 선수로 두 선수 모두 불펜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한다"며 분위기 전환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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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