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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늦었다고 믿는 건 나 뿐인거야?' SF 이정후 메이저 첫 4안타 경기+1볼넷, 5출루 폭풍활약. 8월 첫 위닝시리즈 주역. 가을 꿈 살린다

기사입력 2025-08-04 06:04


'아직 안늦었다고 믿는 건 나 뿐인거야?' SF 이정후 메이저 첫 4안타…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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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직 가을잔치 포기못한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의 파이팅이 가을 무대를 향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실낱같은 꿈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으로 '4안타 경기'를 달성하며 팀의 8월 첫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여기에 도루 1개까지 보태 무려 '5출루 경기'를 달성했다. 이 또한 MLB 데뷔 첫 기록이다.

이정후는 4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시티 필드에서 열리는 뉴욕 메츠와의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 7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 1볼넷으로 100% 출루경기를 달성했다. 2루타 1개와 도루 1개, 2득점까지 보태며 팀의 12대4 대승의 주역이 됐다.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251에서 0.258(399타수 103안타)로 상승했다.

이 승리로 샌프란시스코는 메츠와의 원정 3연전에서 2승1패로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위닝시리즈를 달성한 건 지난 7월22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원정 3연전(2승1패) 이후 11일 만이다. 후반기에서는 두 번째 위닝시리즈다.

더불어 이 승리로 샌프란시스코는 다시 5할 승률(56승56패)을 회복했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의 미약한 희망을 이어나갔다. 미국 팬그래프스닷컴에 따르면 이날 승률 5할을 회복한 샌프란시스코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6.7%다. 여전히 절망적인 확률이지만, 기적은 언제 어디서나 나타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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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이날도 '메츠전 강세'를 이어갔다. 앞서 메츠를 상대로 치른 원정 두 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와 타율 0.375(8타수 3안타)를 기록하며 타격감 회복세를 보인 이정후는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최고의 타격페이스를 보여줬다. 첫 타석부터 안타와 도루를 앞세워 동점 득점의 주인공이 되더니 이후 세 타석에서도 안타와 볼넷, 2루타를 추가했다.

이날 4안타 맹활약으로 이정후는 '메츠 천적' 이미지를 완전히 굳혔다. 이 경기까지 올해 메츠와 홈-원정 6경기를 치른 이정후의 메츠전 상대타율은 무려 0.522(23타수 12안타)로 치솟았다.

이날 0-1로 뒤지던 3회초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나온 이정후는 메츠 선발 프랭키 몬타스를 상대로 깨끗한 중전안타를 날렸다. 초구 볼 이후 2구째 95.3마일 짜리 포심 패스트볼이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이정후의 배트가 경쾌하게 돌아갔다. 타구속도 92.1마일의 하드히트. 빠른 땅볼 타구가 내야를 스쳐 중견수 앞으로 굴러갔다.


가볍게 1루에 안착한 이정후는 이번에는 빠른 발로 상대 배터리를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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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타자 패트릭 베일리 타석 때 곧바로 2루 도루를 시도했다. 메츠 포수 프랜시스코 알바레즈가 황급히 2루로 공을 뿌렸다. 그런데 방향이 엇나갔다. 2루 커버에 들어온 유격수가 잡지 못하고 흘렸다. 공이 그렇게 멀리 가진 못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 짧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2루로 들어가던 스피드를 그대로 살려 3루까지 내달렸다. 메츠 2루수가 잡아 3루로 뿌렸지만, 이정후는 이미 3루에 안착했다. 빠른 발과 기민한 판단력으로 팀에 무사 3루 찬스를 제공한 플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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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 덕분에 동점에 이어 역전까지 만들었다. 베일리가 중전 적시타를 날려 이정후를 홈에 불러들이며 1-1을 만들었다. 이후 이어진 1사 1, 2루 찬스에서 라파엘 데버스가 호쾌한 3점홈런을 날리며 순식간에 4-1로 역전시켰다. 선두타자 이정후의 타격과 기민한 주루플레이가 만들어 낸 나비효과였다.

첫 타석부터 안타를 신고한 이정후는 4-1로 달아난 4회초 1사 1루에 맞이한 두 번째 타석에도 안타를 추가했다. 이번에도 몬타스를 상대한 이정후는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온 커터(시속 90.9마일)를 받아쳐 또 중전안타를 날렸다.

이번에도 이정후의 안타는 샌프란시스코 다득점의 기반이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이후 야수선택과 라모스, 데버스의 연속 적시타를 묶어 3점을 추가하며 7-1로 달아났다.

이정후의 안타는 6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세 번째 타석에도 이어졌다. 바뀐 투수 오스틴 워렌을 만난 이정후는 2B 이후 헛스윙과 파울 2개로 풀카운트에 몰렸다. 여기서 워렌이 6구째 스위퍼를 던졌다. 이정후는 낮게 떨어지는 스위퍼를 기술적으로 밀어쳐 좌익수 앞에 뚝 떨어트리며 이날 세 번째 안타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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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는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정후 안타 이후 베일리가 중견수 뜬공, 맥크레이와 라모스가 연속 삼진을 당하며 이닝이 끝났다.

3연타석 안타로 시즌 8번째 3안타 경기를 완성한 이정후는 8회초 2사 후 네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골라나갔다. 앞선 타석에서 안타를 맞은 워렌이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4연속 볼을 던졌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4안타 경기는 이렇게 무산된 듯 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타선이 9회초에 다시 대폭발하며 이정후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샌프란시스코 타선이 2사 만루에서 도미닉 스미스의 2타점 중전적시타와 케이시 슈미츠의 3점포로 5점을 뽑은 덕분에 이정후 타석까지 이어진 것.

메츠는 점수가 2-12로 벌어지자 완전히 백기를 들었다. 이정후 타석 때 포수인 루이스 토렌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정후에게는 절호의 찬스였다. 이정후는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슬라이더를 가볍게 밀어쳐 좌전안타로 만들며 기어코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후속 베일리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이닝이 끝나자 이정후는 동료들의 격려를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샌프란시스코 동료들은 이정후의 주위로 몰려들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마치 가을무대를 아직 포기할 수 없다는 듯한 이정후의 투지에 감화된 듯 보였다. 이 순간만큼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더그아웃의 주인공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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