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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투수가 '아웃 카운트 제조기'처럼 어설프게 타격을 하다가 들어가는 장면이 사라진다. 일본프로야구(NPB) 센트럴리그가 지명타자(DH)를 도입한다. 센트럴리그는 4일 열린 이사회에서 1년 반 동안 준비 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 지명타자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선수 스카우트 방식 변화를 고려해 유예 기간을 뒀다고 설명했다.
야쿠르트 스왈로즈 '레전드' 미야모토 신야(55)는 "왜 내년부터 바로 도입을 안 하는지 불만이지만, 오랫동안 제안해 왔기에 환영한다. 센트럴리그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에서 드디어 해방된다는 느낌이다"라고 했다.
KBO리그는 1982년 지명타자를 품고 출범해 너무나 자연스럽다. 메이저리그에선 아메리칸리그가 1973년 수비 부담 없이 타격만 하는 지명타자를 세웠다. 내셔널리그는 야구 정체성 유지를 명분으로 지명타자를 거부하다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변화를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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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센트럴리그 팀도 퍼시픽리그 팀이 주최하는 인터리그(교류전), 재팬시리즈 경기에 지명타자를 썼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고쿠보 히로키 감독이 지난 1월 열린 양 리그 12개 구단 사령탑 회의에서 올해 인터리그부터 도입하자고 제안했으나 채택되지 못했다. 다카쓰 신고 야쿠르트 감독, 아라이 다카히로 히로시마 카프 감독 등 센트럴리그 지도자들이 반대했다.
올해 인터리그는 센트럴리그에 큰 충격을 줬다. 퍼시픽리그 6개팀이 센트럴리그를 압도하며 1~6위를 휩쓸었다. 히로시마 카프가 유일하게 9승9패-승률 5할을 기록하고 7위를 했다. 야쿠르트는 18경기에서 5승에 그쳤다. 그동안 퍼시픽리그가 강세를 보였으나 올해만큼 격차가 벌어진 시즌은 없었다. 대다수 야구전문가들이 센트럴리그 약세 원인 중 하나로 지명타자제를 거론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 12,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도 지명타자를 쓰고 있다. 일본 아마추어 야구도 활발한 논의를 거쳐 변화를 선택했다. 내년 봄 고시엔대회(선발고교야구대회)부터 투수 자리에 지명타자가 들어갈 수 있다. 도쿄6대학리그와 간사이대학리그도 내년 봄리그부터 지명타자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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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