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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 때문에 훈련 방해, 그래서 LG가 졌다? 도대체 잠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최종수정 2025-09-01 15:07

드라마 촬영 때문에 훈련 방해, 그래서 LG가 졌다? 도대체 잠실에서 무…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드라마 촬영차 배우 이정재가 마운드에 올라 시구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31/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드라마 촬영해서 졌다고?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31일 잠실구장. 경기 전 다른 때보다 그라운드 안팎이 분주했다. 신작 드라마 촬영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인기 배우 이정재가 주인공인 드라마인데, 극 중 연예인인 이정재가 잠실구장에서 시구를 하는 설정을 촬영하는 날이었다.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는 관중도 많이 들어차있고, 실감나는 장면을 찍고 싶은 욕심이 있을테고 구단도 드라마를 통해 노출되는 홍보 효과가 있으니 선수단에 피해가 가지 않는 입장에서 촬영은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 있었다.

시구 설정이기에 오후 6시 경기 시작 40분 전인 5시20분부터 약 20분간 촬영이 진행됐다. 그 때 해야 관중 입장 후 어느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을 수 있어서였다.

그런데 이날 LG는 최하위 키움에 패했다. 이 패배로 13연속 위닝시리즈 도전이 무산됐다. 그런데 이 패배가 드라마 촬영 때문이라고, 드라마를 촬영하느라 경기 전 선수들이 훈련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진실은 뭘까.


드라마 촬영 때문에 훈련 방해, 그래서 LG가 졌다? 도대체 잠실에서 무…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드라마 촬영차 배우 이정재가 마운드에 올라 시구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31/
선수들은 경기 전 홈-원정 순으로 공식 훈련을 한다. 보통 원정팀 훈련이 경기 시작 1시간 전 끝난다. LG 선수들은 훈련을 일찌감치 마쳤고, LG 구단은 키움 선수들에게 훈련을 조금만 앞당겨해줄 수 있느냐고 정식 요청을 했다. 키움 구단이 흔쾌히 OK 사인을 했다.

그렇게 훈련이 끝난 후 오후 5시경 이정재와 다른 주연 배우들이 그라운드에 나왔다. 이정재가 대표로 마이크를 잡고 선수단과 팬들에게 양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촬영을 하는데, 최대한 선수단과 팬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끔 빨리 끝내겠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양팀 선수들 중 스트레칭과 토스배팅 등 개인 루틴이 있는 선수들은 경기 시작 30~40분 전부터 그라운드에 나온다는 것. 야수들 중 일부 선수들은 내야 뒤 그물망쪽으로 연습 배팅을 하는 경우가 있다. 후배 선수들이 던져주면, 살짝 컨택트 해 감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드라마 촬영 때문에 훈련 방해, 그래서 LG가 졌다? 도대체 잠실에서 무…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배우 이정재가 시구를 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31/

사실 경기를 앞두고 외부 조건으로 인해 어떠한 훈련도 방해를 받아서는 안된다. 그래서 내야 포수쪽 그물망 뒤 드라마 촬영 각도를 가리는 3m 정도 공간만 제외하고, 선수들이 자유롭게 토스배팅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선수들은 사전에 촬영이 진행된다는 것, 훈련도 가능하다는 것을 안내받았는데 막상 그라운드에 나오니 촬영이 진행되고 있자 담당자에게 어디서 훈련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훈련에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 다들 정상적으로 루틴 훈련을 소화했다. 늘, 꼭 그 자리에서 훈련을 하던 선수가 있었다면 그 선수는 루틴이 깨졌을 수 있겠는데 그걸 경기 패배나 부진의 핑계로 얘기할 선수가 있었을까.


드라마 촬영 때문에 훈련 방해, 그래서 LG가 졌다? 도대체 잠실에서 무…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패한 LG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8.31/
LG는 촬영 협의 과정에서 선수단에 어떠한 방해라도 있으면, 촬영히 힘들다는 의사를 수차례 전달했고 확인했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보통 영화나 드라마 촬영 중 스태프들의 '갑질' 등이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촬영팀은 잠깐의 촬영임에도 불구하고 혹여나 선수단이나 팬들에게 방해가 될까 노심초사하며 촬영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LG 파이팅"을 우렁차게 외친 이정재의 시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고, LG는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쳤지만 졌다. 굳이 LG의 패인을 따지자면 키움 선발 알칸타라 공략에 실패한 게 아닐까 싶은 경기였다. 알칸타라의 구위가 너무 좋았고, 반대로 LG 선발 손주영이 흔들리며 초반 경기 분위기가 키움쪽으로 넘어갔다. 마지막 오지환의 결정적 실책이 승패를 좌우했다고 보는 게 냉정한 판단일 듯 하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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