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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야구팬이 아닌 한국인들 중 '라이언 와이스'라는 외국인을 아는 사람은 몇명이나 될까.
평소 남편과의 애정 가득한 일상을 자주 공유한다. 프로선수의 아내로서 팬들의 사랑에 깊은 감사를 표할줄도 안다.
남편의 팀동료 코디 폰세의 아내와 의기투합해 팬들과 함께 야구장 근방을 뛰는 러닝크루를 만들 만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이쯤 내면 '내조'라기보단 '외조'라고 불러야하나 싶을 정도.
타인의 행복과 외향성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언제나 있다. 유명인을 일종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잘못 알고 사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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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스의 아내는 최근 자신의 SNS에 자신에게 온 팬의 DM(다이렉트 메시지)을 공개했다.
해당 팬은 "방송으로 돈 벌려고 하지 마라. 야구나 신경써라", "너희 가족 교통사고 나서 죽어라" 등의 내용을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과 함께 쏟아냈다. 특히 와이스나 헤일리 뿐 아니라 가족, 부모에게까지 악담을 퍼붓는다는 점이 한층 더 악질적이다.
와이스는 마운드 위에서의 열정적인 모습 못지 않게 라커룸에서도 동료들과 끈끈하고, 야구장 밖에선 팬들에게 친절한 선수다.
그는 한국에 오기전 독립리그 선수였다. 지금 한국에서의 유명세나 관심, 사생활 노출, 무분별한 감정 표출 등이 익숙할리 없다.
하지만 와이스의 아내는 성숙하게 대처했다. "그들은 내게 욕을 한다. 나와 남편, 엄마, 미래의 아이에게 교통사고로 죽으라고 한다"며 상처를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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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글로벌화된 한국 연예계의 경우 팬들의 욕설이나 사생활 침해, 루머 유포 등 잘못된 행동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당연한 문화가 뒤늦게 자리잡았다. 야구계의 경우 팬과 법정에서 정면 대결을 펼치는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우 드물다. 당연하게 여겨서가 아니다. 혹시라도 야구 선수 생활에 문제가 생길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양 일이 커질 것을 걱정해서다.
분명한 건 야구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선수와 팬은 팀을 향한 애정과 서로를 향한 응원으로 맺어진 사이일 뿐, 선수가 팬의 일방적인 감정 쓰레기통이 돼야할 이유는 없다는 것. 프로로서 '야구를 못해서' 순간적인 비난까진 어쩔 수 없다 하나 선넘는 행동까지 납득할 순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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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40년이 넘은 한국 야구, 지난해 사상 첫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올해는 다시 신기록이 확실시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프로스포츠. 건전한 여가생활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프로야구의 팬 문화가 고작 이 정도일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인기가 많아질수록 부작용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선은 지켜지길 바란다. 아무리 팬 없이는 프로도 없다지만, '서비스' 아닌 기본 예의와 인간적 도리를 넘어서는 행동은 옹호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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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