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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우리가 뷸러를 도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 한다."
뷸러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뷸러는 2015년 다저스가 1라운드에 뽑은 유망주. 최고 기대주로 빠르게 성장해 나갔고, 2019년 30경기, 14승4패, 182⅓이닝, 215탈삼진,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하며 클레이튼 커쇼의 뒤를 이을 차기 에이스로 평가받았다. 2021년에도 33경기, 16승4패, 207⅔이닝, 212탈삼진,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부상 이후 마운드에서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2022년 12경기 출전에 그친 뒤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재활에 전념하느라 2023년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그러나 다저스는 월드시리즈 우승 영웅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냉정했다. FA 시장에 뷸러가 나오자 계약을 추진하지 않고, 블레이크 스넬을 영입했다. 더는 뷸러에게 과거 커쇼와 비교됐던 투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뷸러는 시장에 표류하다 보스턴과 1년 2105만 달러(약 293억원)에 계약했다. 토미존 수술 이전 뷸러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약소한 계약 규모. 그래도 뷸러는 보스턴에서 반등을 다짐했는데, 23경기에서 7승7패, 112⅓이닝, 평균자책점 5.45에 그치면서 방출 수모를 당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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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는 뷸러의 부활을 자신하는 눈치다. 보스턴과 계약은 보전되고, 필라델피아는 뷸러에게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인 76만 달러(약 10억원)의 한 달 치만 지급하면 되는 조건이다.
필라델피아가 뷸러와 계약한 목적은 뚜렷하다. 포스트시즌 전까지 6선발을 돌릴 구상을 하고 있는데, 뷸러가 마지막 퍼즐이다. 필라델피아는 최근 에이스 잭 휠러가 수술대에 올라 시즌을 접은 가운데 크리스토퍼 산체스, 레인저 수아레스, 애런 놀라, 헤수스 루자르도, 타이후안 워커로 선발진을 꾸리고 있다.
데이브 돔브로스키 필라델피아 사장은 미국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뷸러를 영입해서 기쁘다. 뷸러는 우리 팀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것이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뷸러가 올해 다른 해와 비교하면 좋지 않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의 투구를 좋게 보고 있다. 우리가 그를 도울 수 있는 점들이 보인다. 그는 우리와 함께 고쳐 나가고 싶어 한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선발투수 루자르도는 "뷸러는 경험이 많은 선수다. 재능도 많고, 월드시리즈에서 승리한 경험도 있다. 그런 경험이 있는 선수를 데리고 있는 것은 늘 좋은 일"이라고 반겼다.
뷸러가 포스트시즌에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지, 불펜으로 쓸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필라델피아는 시즌 성적 79승58패를 기록,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내셔널리그 전체 1위 밀워키 브루어스(85승53패)에 이어 2번 시드를 받을 확률이 높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릴 만한 전력이다.
돔브로스키 사장은 "우리가 어떻게 경기하는지, 그쯤에 투수들이 어떤 공을 던지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당장은 우리 선발진들이 아주 좋다. 놀라가 아직 많은 이닝을 던지진 못하고 있는데, 6선발이 도움이 될 것이다. 뷸러가 6선발에 아주 딱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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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