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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몸도 안만들어지고" 더이상 굴욕과 변명은 없다 → 1월 캠프 전격 결정

기사입력 2025-09-03 01:00


"춥고, 몸도 안만들어지고" 더이상 굴욕과 변명은 없다 → 1월 캠프 전…
23일(한국시간) WBC 대표팀이 미국 애리조나 투손 캠프에서 훈련 했다. 악천후 속에 워밍업 훈련을 하고 있는 투수들. 애리조나(미국)=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2.23/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춥고, 몸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2년전의 쓰라린 기억. 더이상의 굴욕은 없어야 한다.

KBO는 2일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캠프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내년 3월에 열리는 WBC 본선에 참가하는 야구 대표팀은 오는 1월 9일부터 21일까지 사이판에서 1차 캠프를 차린다. 1차 캠프가 끝난 후 선수들이 소속 구단 캠프에 합류하고, 2월 중순에 다시 소집돼 2월 15일부터 28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소화한다. 2차 캠프는 사실상 3월 대회 직전 최종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WBC 대표팀은 3월 5일 일본 도쿄돔에서 체코와 첫 경기를 치른다. 오키나와에서 2차 캠프를 마친 후 일본 도쿄로 이동해 최종 점검 및 연습을 한 후 첫 경기를 준비한다.

야구 대표팀이 이렇게 빠른 시일부터 전체가 모여 훈련을 치르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결정이다. 그동안 WBC를 비롯한 국제 대회 소집시, 단체 훈련 기간은 제한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시즌 종료 후 열리는 대회일 경우, 소집일이 불과 며칠 뿐이다. WBC처럼 정규 시즌 개막 직전인 3월에 열리는 대회는 개인 훈련과 소속팀 훈련을 소화하다가 중간에 소집되는 형식이었다.


"춥고, 몸도 안만들어지고" 더이상 굴욕과 변명은 없다 → 1월 캠프 전…
2023 WBC 대표팀. 스포츠조선DB
바로 직전 대회인 2023년 WBC도 마찬가지. 당시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은 소속팀 캠프에서 단체 훈련을 진행하던 도중 대표팀 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 투손으로 모였다. 투손 캠프를 시작으로 국내 연습 경기를 거쳐 대회가 열리는 일본 도쿄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가장 보편적인 스케줄이었지만 지난 대회에서 뼈저리게 느낀 교훈이 있었다. 개막보다 한달 가까이 빨리 실전 100%가 가능하게끔 몸을 만드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고, 또 그 부분이 대회 성과를 좌우한다는 사실이었다.

2023년 WBC 대표팀의 경우, 몸을 만드는데 애를 먹었다. 투손에서 모여 단체 훈련을 시작하는데, 여러 고충들이 있었다. 다들 운동을 한 상태로 모였지만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요령이 부족해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선수들도 있었고, 당시 투손의 날씨가 '이변'이라고 할 정도로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당시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투수들이 몸을 만들기에 최악의 조건"이라고 우려했을 정도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본 대회 시작 후, 대표팀 특히 투수들은 자신의 구위를 회복하는데 애를 먹었다. 자국 리그가 끝난 직후라 실전 감각이 가장 좋았던 호주나 최정예 멤버로 나선 일본 등 라이벌 팀들을 넘지 못한 가장 결정적 요인 중 하나도 초반에 살아나지 않은 경기 감각이었다.


"춥고, 몸도 안만들어지고" 더이상 굴욕과 변명은 없다 → 1월 캠프 전…
류지현 WBC 대표팀 감독. 스포츠조선DB
물론 객관적 실력 차이도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실전 감각이 부족해서',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여건이 좋지 않아서'라는 핑계마저도 완전히 날릴만큼 완벽히 준비해서 제대로 맞붙겠다는 각오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이 최근 KBO리그 10개 구단 감독들과 야구장에서 일일이 만나 대표팀에 대한 협조와 주요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역시 이전과는 달라진 부분이다. 대표팀이니까 무조건 차출하고, 무조건 응해야한다는 분위기가 아닌 서로 협의하고 상의해나간다는 개념이다.

특히 소속팀 1차 캠프가 시작되기 전, 선수들이 보통 개인 훈련을 진행하는 1월초부터 단체 훈련을 시작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좀 더 집중해서 몸을 만들고, 훈련을 지원해줄 수 있는 환경을 KBO가 조성해준다는 뜻이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이나 대표팀 팀워크도 보다 더 단단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편 KBO는 1일 관심 명단(Federation Interest List) 50인을 WBC 조직위원회인 WBCI(World Baseball Classic Inc.)에 제출했다. 관심 명단은 선수별 참가 자격 등을 사전에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 주최측에 제공하는 일종의 사전 예비 명단으로 추후 교체가 가능하다. 명단은 조직위원회 지침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 KBO는 12월 3일 WBCI에 예비 명단 (Provisional Roster) 35인을 제출한 후, 최종 명단 제출 기한인 내년 2월 3일까지 최종 명단(Final Roster) 30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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