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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아, 이제 나를 보내는구나 싶었다."
3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한미일 549세이브에 빛나는 '레전드' 오승환의 은퇴식이 열리는 날이다. 프로 데뷔 21년차, 떠나는 선수 본인도, 보내는 팬들도 실감하지 못했던 은퇴가 현실이 됐다.
이날 경기는 당연히 매진됐다. 현장은 오승환의 등번호 21번, 혹은 오승환 은퇴 기념 유니폼 차림의 삼성팬들로 가득 찼다. 삼성 라이온즈의 올해 마지막 홈경기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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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부터 정신없이 바빴다. 홈 사인회를 비롯해 팬과 구단의 행사도 많았고, 축복받는 은퇴식을 축하하러 온 추신수 이대호 정근우 이동현 채태인 등 82년생 동갑내기 친구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은퇴를 선언한 뒤로 마음이 편해졌다. 몸상태도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다. 후회는 없다. 후회없이 던졌으니까."
아직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야구 도전은 현재진행형이고, 순위가 여전히 미정이기 때문. 최고 3위부터 최악의 경우 탈락까지도 가능하다. 때문에 오승환은 550세이브 도전에 대해 "개인 기록보단 팀이 우선이다. 처음 은퇴를 발표했을 때는 이렇게 막판까지 치열할지 몰다. 9회 등판이나 세이브 추가는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다. 다만 언제든 등판할 수 있게 몸상태는 준비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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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갑용을 시작으로 야디어 몰리나(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강민호와 호흡을 맞췄던 그다. 오승환은 "포수 복은 참 좋았다. 아마 내가 던지는 구위보다 좋은 포수를 만난 덕을 더 많이 봤을 것"이라고 겸양도 표했다.
아침만 해도 실감나지 않던 은퇴, 오승환의 피부에 와닿은 순간이 있었다.
"오늘 우리 선수들이 나한테 사인을 받으러왔다. 그러면서 옆에 자기 이름을 좀 써달라고…이제 나를 보내는구나 싶다. 강민호랑 박병호가 '기분이 어떠냐' 묻길래, 너희들도 곧 느끼게 될 기분이라고 답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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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아직까진 정해진 게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은퇴식까진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는 마음에 고민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
은퇴사는 미리 준비했다. 낭독하는 연습까지 했다. 오승환은 "그동안 은퇴식에서 너무 많이 우는 선수들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우나?' 싶은 생각은 했다. 이대호는 나도 분명히 울거라고 하더라. 항상 내 마음을 잘 표현을 못해서. 이번만큼은 팬들께 속에 있는 얘기를 다 하고 싶었다. 그래도 오늘도 끝나면 후회할 것 같다"며 웃었다.
대구=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