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척=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거기(상무) 있으니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고요."
전미르는 지난해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1군에서 필승조까지 차지하면서 롯데 팬들을 설레게 했다. 4월까지 16경기에서 1승, 3홀드, 15⅓이닝,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하며 특급 불펜으로 성장하는 듯했다.
문제는 5월 이후. 롯데 불펜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당시 공이 가장 좋았던 전미르가 계속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팔에 탈이 났다. 지난해 12월 오른쪽 내측 측부 인대 수술을 받고 복귀까지 6개월이 걸린다는 소견을 들었다.
박 감독은 "김태형 감독에게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 전화를 했는데, '거기 있으니까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며 웃은 뒤 "전미르가 수술하고 들어왔는데, 그냥 놔두면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제안했다. 배팅은 되냐고 하니 본인도 하고 싶어 하더라"고 덧붙였다.
전미르는 "수술하고 왔으니까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한번 쳐봐라' 하셔서 배팅을 몇 번 쳤다. 감독님께서 팔만 괜찮으면 한번 해보라고 하셔서 지금까지 감사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시작은 궁여지책이었으나 기대 이상으로 타격에도 재능이 있었다. 박 감독은 전미르가 한국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될 잠재력을 지녔다고 했다. 오타니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유일무이한 투타 겸업 선수로 3차례 MVP를 차지한 슈퍼스타다.
|
|
박 감독은 "전미르가 배팅을 보면 운동 능력이 있다. 투수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훈련 일과가 투수가 할 수 있는 기본적인 골반 가동성, 흉추 가동성, 어깨 이런 투수 훈련을 다 마친 뒤에 타격만 하고 있다. 투수를 포기한 게 아니고 2가지를 다 하려고 한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전미르는 투타 겸업과 관련해 "처음 타석에 섰을 때 떨진 않았는데, 신기하기도 했고 첫 타석에 들어갔을 때 붕 떠 있었던 것 같다. 김태형 감독님께 말을 해뒀으니 마음 편하게 하라고 하셔서 하고 있다. 내가 잘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재미있다고 해서 (투타 겸업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하기에 달린 것 같다. 팀에서 필요한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전미르는 올해 퓨처스리그 21경기에서 타율 0.250(24타수 6안타), 출루율 0.514, 장타율 0.542, 2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아직은 성공을 논하기는 이른 걸음마 단계다. 최근 1군 투수들의 직구와 변화구 모두 훨씬 까다로워졌기에 1군에서 투타 겸업을 이어 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미르는 1군 투수들의 공도 칠 수 있을 것 같은지 묻자 "해봐야 알 것 같다"면서도 "내 공은 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박 감독은 전미르가 내년 후반기부터는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전미르는 이달 말부터 ITP(단계별 투구 프로그램)를 시작한다.
박 감독은 "어차피 2군이니까. 내년에 2군에 한해서 오타니법(오타니룰) 같은 그런 제도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서 제안하려 한다"며 전미르의 재능을 가능한 살리고 싶은 뜻을 밝혔다.
|
고척=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