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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경기 시작 13분 만에 우천 중단.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변수였다. 그 수혜자는 홈 팀 삼성이 될 공산이 컸다.
원태인은 '레인맨'이라 불릴 정도로 비를 부르는 사나이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시즌 막판부터 원태인 선수가 등판할 때마다 비가 왔다. 그래도 결과가 늘 좋았다"며 경의를 표했다.
지난 7일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시 어김 없이 비구름을 몰고 왔다.
경기 시작 10분 전 갑작스러운 폭우로 45분 지연개시 됐다.
경기 개시에 맞춰 몸을 다 풀어둔 원태인으로선 난감한 노릇. 원태인은 "10분 전 지연되면서 루틴이 깨져 걱정이 많았다. 열이 안 식도록 대기했다. 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이 생각나더라. 이번에는 몸을 풀고 나서 지연되다 보니 다시 열을 내고 캐치볼 하고 경기에 들어갔다. 두 번 풀고 던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회고했다. 게다가 타선은 1회 2득점 이후 2회부터 7회까지 NC 로건과 불펜투수에게 퍼펙트로 끌려갔다. 공격이 너무 빨리 끝나 쉴 틈 조차 없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원태인은 6이닝 동안 106구를 던지며 4안타 4사구 2개,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2점 차 리드를 지키며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절체절명 위기 속 팀을 준플레이오프에 올려다 놓은 영웅투.
몸 두번 풀고 1회부터 전력피칭을 하느라 4회에 이미 한계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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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역경을 극복한 원태인. 비가 오는 상황 속 루틴 유지 훈련이 돼 있는 준비된 투수였다.
"이번에는 마운드에 오르고 나서 우천 중단되는 바람에 저번보다 더 힘들었다"던 원태인은 "비를 계속 원망하고 있다. 실내 운동후 비가 오고 방수포를 덮길래 또 20~30분은 걸리겠구나, 또 어깨가 식는구나 생각해 스트레칭으로 어깨가 안 식도록 애를 썼다. 작년 (한국시리즈 1차전 우천 중단) 아픔이 큰 경험이 됐다. 그 덕에 버틸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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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30일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롯데전 이후 보름 만의 선발 등판. 1차전 선발 예정이었지만 심한 장염으로 휴식을 취하고 회복에 힘썼다. 경기 전 이숭용 감독은 "경기감각이 문제지만 몸 상태 거의 완벽하게 컨디션을 회복했다. 휴식을 충분히 가진 상태"라고 자신했지만 우천 중단 변수를 견딜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경기 감각이 문제였다.
앤더슨은 트레이드 마크인 강속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51㎞에 그쳤고, 총 투구수 49구 중 빠른 공 구사가 19구(39%)에 그쳤다. 우천 중단 중 어수선한 상황 속에 더욱 파워를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노련하게 느린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터 등 30개의 변화구로 삼성 타선을 당황하게 했지만 변칙으로 롱런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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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2사 1,3루에서 2루수 쪽 느린 땅볼 내야안타가 악송구로 이어지며 2점을 먼저 빼앗겼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구자욱에게 122㎞ 커브를 넣다 변화구를 예측한 날카로운 스윙에 걸려 중월 적시 2루타를 맞았다. 0-3. 결국 앤더슨은 3이닝 동안 49구 만에 3안타 1볼넷 2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4회 부터 불펜에 마운드를 넘겼다. "부상 때문에 교체한 건 아니었다"는 SSG 구단의 설명. 장염 회복 후 에이스의 복귀전으로는 적합한 날씨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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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번 '레인맨'으로서의 진가를 발휘한 푸른 피의 에이스. 갑작스레 비를 뿌린 가을장마 같은 변덕스러운 하늘은 앤더슨과 SSG가 아닌 원태인과 삼성 편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