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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가을장마가 이어지면서 부쩍 쌀쌀해진 날씨.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7타수 무안타.
낮경기로 열린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루타 포함, 3안타를 날리며 부활을 알리는 듯 했다.
이유가 있었다. 디아즈는 '추위'와의 전쟁중이었다.
따뜻한 도미니카공화국 선수 출신 디아즈는 추위가 다소 낯설다. 메이저리그 생활도 따뜻한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했고, 멕시코리그 등 주로 온화한 곳에서 야구를 해온 탓이다.
14일 4차전 전 인터뷰에 응한 디아즈는 3차전에서 좌중간 타구에 포커스를 두고 타격을 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그건 딱히 아닌 것 같다. 어제 야구하면서 좀 너무 추워서 제 반응보다 좀 늦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 몸 상태를 어떻게 좀 계속 열을 내고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부분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 그런 부분 때문에 방향성이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고 했다. 의외의 답변. 밀어친 게 아니고 타이밍이 늦어 밀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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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타격은 타이밍이 전부다. 와일드카드 때 타이밍이 안맞았아 늦었다. 늘 출근하면 실내연습장에서 타이밍에 신경을 썼다. 제가 깨어났구나,와카 때랑 다르구나 느낀다면 준비 덕분이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꾸준한 노력이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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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으로 앞선 6회말 무사 1,2루에 세번째 타석을 맞은 디아즈는 두번째 투수 노경은의 3구째 141㎞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밀어 좌익수 앞 적시타로 천금 같은 추가타점을 올렸다. 역시 타구는 왼쪽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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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 후 구자욱이 이로운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 출루했다.
디아즈는 2B1S의 타자 카운트에서 126㎞ 체인지업이 존 안에 살짝 높게 형성됐다. '타이밍이 전부'라는 생각으로 늦지 않으려 집중하던 디아즈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딱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타구는 오른쪽 담장 먼 곳으로 까마득하게 비행해 관중 사이로 사라졌다.
"맞는 순간 넘어갔다고 확신했다"던 비거리 122m짜리 장쾌한 결승 투런포. 가을야구 첫 홈런이 가장 필요할 때 터졌다. 디아즈 다운 한방이었다.
친 타자도 온 몸에 전율이 일었던 순간. 디아즈는 "온 몸에 에너지가 솟구쳐 올랐다. 커리어 통틀어 최고의 홈런이고, 최고의 포스트시즌"이라며 잊지못할 감동적 순간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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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진이 탄탄한 강팀.
그는 "홈런에 대한 생각 안하고 싶다. 의식하면 제 스윙이 커질 것"이라고 경계하며 "한화 투수들이 다 좋다. 내가 우선 준비할 건 홈런이 아닌 인플레이 타구"라며 방향성을 분명히 했다.그러면서도 그는 "MVP 좋아한다. 플레이오프도 받고 싶고, 한국시리즈 우승컵도 들어올리고 싶다. 이 모든 것이 팀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따라오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추위라는 복병을 끊임 없는 노력으로 떨쳐내고 있는 가을전설.
다음 주부터 아침 저녁 기온은 한자리 수로 더 떨어질 예정이다. 최고 외인타자의 몸과 마음을 뜨겁게 할 무언가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