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에 갱신된 '업셋' 삼성의 역사…그 사이 '넘사벽' 격차 벌어진 '가을 흉가' 롯데의 아픔 [SC포커스]

최종수정 2025-10-15 10:31

17년만에 갱신된 '업셋' 삼성의 역사…그 사이 '넘사벽' 격차 벌어진 …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준PO 4차전. 8회말 2사 1루 삼성 디아즈가 역전 투런포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14/

17년만에 갱신된 '업셋' 삼성의 역사…그 사이 '넘사벽' 격차 벌어진 …
14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SSG의 준PO 4차전. 8회말 2사 삼성 이재현이 솔로포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0.14/

17년만에 갱신된 '업셋' 삼성의 역사…그 사이 '넘사벽' 격차 벌어진 …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롯데와 삼성의 경기. 롯데가 삼성에 10대 9로 승리했다. 마지막 홈 경기를 마친 롯데 선수들이 부산 홈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인사하는 김태형 감독.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26/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17년만에 '업셋'의 기쁨을 맛봤다. 또다른 원년팀과의 격차는 한걸음 더 벌어졌다.

삼성은 14일 대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회말 터진 디아즈-이재현의 홈런포를 앞세워 5대2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승리했다. 정규시즌 4위로 시작한 가을야구, 와일드카드 2경기를 치르고도 준플레이오프를 무사 통과, 한계단 위에서 한화 이글스를 만나게 됐다.

삼성 구단 역사상 포스트시즌 업셋은 무려 17년만의 일이다. 삼성은 2008년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3승무패로 완파했지만, 당시 7전제로 치러지던 플레이오프에서 두산 베어스에 2승4패로 패했었다.

당시 준플레이오프는 말 그대로 '베테랑' 삼성과 '가을 초보' 롯데의 명암이 갈린 시리즈였다. 롯데로선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의 데뷔 시즌으로, 송승준-손민한-장원준으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을 앞세워 8888577의 암흑기를 딛고 8년만에 진출한 포스트시즌이었다.


17년만에 갱신된 '업셋' 삼성의 역사…그 사이 '넘사벽' 격차 벌어진 …
2008년 준플레이오프 2차전 당시 아쉬워하는 손민한. 스포츠조선DB
하지만 1차전에선 선발 송승준이 무너진 뒤 3대12로 대패했고, 2차전은 선발 손민한의 흔들림 속에도 팽팽하게 맞섰지만 7회초 최향남이 삼성 박진만에게 2타점 결승타를 내주며 3대4로 졌다.

3차전 선발 장원준 역시 조기 교체됐지만 염종석이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며 7회까지 4-2로 앞섰다. 하지만 7회말 강영식이 삼성 양준혁에게 동점 투런포를 허용했고, 마무리 코르테스가 조동찬에게 결승타를 내주며 4-6으로 패했다.

이후 삼성은 2011~2014년 류중일 전 감독의 지휘 하에 4년 연속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의 위업을 달성하는 등 압도적인 '탑독'으로 군림했다.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끝판왕' 오승환과 함께 한 영광의 나날이었다.

2015년 준우승 이후 다소 주춤하며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5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도 겪었지만, 절치부심한 삼성은 2021년 플레이오프,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이어 올해는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특히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시즌 4위의 언더독임에도 팀 홈런 1위(161개)의 장타력 강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선발과 불펜에 걸친 마운드 우려마저 씻어내며 대전으로 향했다.


17년만에 갱신된 '업셋' 삼성의 역사…그 사이 '넘사벽' 격차 벌어진 …
2008년 플레이오프는 1992년 롯데의 2번째,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긴 염종석의 은퇴 시즌이었다. 이듬해인 2009년 은퇴식을 치르는 염종석. 스포츠조선DB
삼성과 롯데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1982년 프로 출범 원년부터 팀명도, 운영 주체도 바뀌지 않은 둘 뿐인 팀이다. 매년 두 팀이 레트로 느낌의 '클래식 씨리즈'를 치르는 이유다.

2008년 당시까지만 해도 두 팀의 커리어 차이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삼성은 80년대부터 가을야구 단골인 명문팀이었지만, 그래도 '우승'은 4번 뿐인데다 그중 3번은 2000년대(2002 2005 2006)에 이뤄낸 것. 반면 롯데는 정규시즌 승수나 포스트시즌 진출 횟수에선 차이가 컸지만, 한국시리즈 우승 2회를 기록 중인 만큼 어깨를 나란히 할만 했다.

특히 한국시리즈 우승은 오히려 롯데가 빨랐다. 삼성에 오랫동안 가을 공포증을 선물했던 1984년의 기적이다. 삼성의 고의 패배 의혹 이후 최동원이 혼자 4승을 올리며 크게 한방 먹인 불멸의 시리즈다.

하지만 이제 양팀의 격차는 말그대로 '넘사벽'이 됐다.


17년만에 갱신된 '업셋' 삼성의 역사…그 사이 '넘사벽' 격차 벌어진 …
2000년대 삼성의 승승장구는 오승환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9월 30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오승환의 은퇴식이 열렸다. 오승환이 은퇴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대구=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9.30/
삼성은 2002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7번, 1985년 전후기 통합 우승을 더해 이미 V8을 달성했다. 올해가 9번째 우승을 향한 도전이다. 한국시리즈 진출 횟수가 통산 18회에 달한다.

반면 롯데의 가을은 2008년 이후 '업데이트'가 없다시피 하다. 우승은커녕 21세기 들어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적조차 없다. 마지막 경험이 1999년이고, 가을야구조차 3번(2011 2012 2017)에 그쳤다. 그중 2번은 준플레이오프, 1번은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최근 13년간 가을야구 진출이 단 1번 뿐이다. 한국 프로야구 팀은 10개 뿐인데, 그중 가장 오랫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다. 특히 막내팀들인 NC 다이노스가 2020년, KT 위즈가 2021년 각각 우승을 품에 안으면서 롯데의 입지는 더욱 초라해졌다.


17년만에 갱신된 '업셋' 삼성의 역사…그 사이 '넘사벽' 격차 벌어진 …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롯데와 삼성의 경기. 롯데가 삼성에 10대 9로 승리했다. 마지막 홈 경기를 마친 롯데 김태형 감독과 선수들이 부산 홈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26/
올해는 8월초까지 3위를 지키며 8년만의 가을야구를 겨냥했지만, 이후 대추락을 겪으며 작년과 동일한 66승, 7위로 시즌을 마쳤다. 8년 연속 탈락은 로이스터 이전 2001~2007년을 뛰어넘은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다. '안경에이스'의 이름을 이어가리라던 박세웅의 부진은 더욱 아쉬운 대목.

롯데는 박세웅 김원중 유강남 윤동희 등 투타의 주축 선수들이 총출동한 마무리훈련을 통해 달라진 내년을 다짐하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