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마지막 기회, 놓치지 않겠다" LG 아픈손가락 → 잊혀진 1차지명 '부산행'…롯데전 4승+이대호 은퇴경기 선발까지 "운명이었네" [인터뷰]

최종수정 2025-12-03 13:51

"인생 마지막 기회, 놓치지 않겠다" LG 아픈손가락 → 잊혀진 1차지명…
LG 시절 김영준. 스포츠조선DB

"인생 마지막 기회, 놓치지 않겠다" LG 아픈손가락 → 잊혀진 1차지명…
2022년 이대호 은퇴식날 선발등판, 구심에게 인사하는 김영준. 이날 3⅔이닝 2실점으로 역투하던 중 헤드샷 사구로 퇴장당했다. 스포츠조선DB

"인생 마지막 기회, 놓치지 않겠다" LG 아픈손가락 → 잊혀진 1차지명…
LG 시절 김영준.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군 데뷔 첫승이 롯데(자이언츠)전이었고, 작년 마지막 1군 승리도 롯데전이었고, 저 이대호 선배님 은퇴식날도 선발투수였어요!"

어쩌면 운명이었던 걸까. 26세의 적지 않은 나이, LG 트윈스에겐 '아픈 손가락'인 김영준을 롯데가 주목한 건 이유가 있었다.

롯데는 지난달 진행된 2차 드래프트에서 투수만 3명을 뽑았다. 몸값이 하늘로 치솟는 FA 시장 대신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2차 드래프트 등 다른 전력보강에 초점을 맞추기로 결정한 만큼 한층 더 신중하게 선수를 뽑았다.

LG 출신 김주완(군복무중) 김영준, 그리고 삼성 출신 최충연이 새롭게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1차 지명 혹은 2차 1라운드, 고교 시절 명성만큼은 하늘을 찔렀던 전국구 유망주 출신의 잠재력 넘치는 투수들이다. 아직 터지지 않은 이들의 재능을 김상진 투수코치를 비롯한 롯데 코치진에게 맡기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선린인터넷고 출신 2018년 1차 지명이었던 김영준은 LG 팬들에겐 실패한 유망주 그자체, 잊혀지기 직전이었던 이름이었다. 특히 1차지명 경쟁자였던 양창섭이 삼성에서 재능을 뽐내면서 더욱 비판받기도 했다.


"인생 마지막 기회, 놓치지 않겠다" LG 아픈손가락 → 잊혀진 1차지명…
LG 시절 김영준. 스포츠조선DB
김영준으로선 롯데행이 말 그대로 제2의 인생을 위한 출발점이다. 각오가 남다를수밖에 없다.

김영준은 8년간 뛰었던 팀을 떠난다는 사실에 대해 "솔직히 처음엔 실감이 안나고 싱숭생숭했다. LG 팬들께서 정말 많은 기대와 과분한 사랑을 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이어 "롯데에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니 감사하다. 어쩌면 내 야구 인생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1군 통산 성적은 31경기 46이닝 4승2패, 평균자책점 5.28. 지난해 14경기 15⅓이닝을 소화하는 등 희망의 불씨를 살렸지만, 올해는 단 한번도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부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김영준은 "올한해 정말 건강했다. 아무래도 LG 1군 마운드의 선수층을 뚫기가 쉽지 않았고, 입지가 많이 좁아진 상황이었다. 한번 삐끗하면 다시 기회를 얻는게 쉽지 않더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롯데에선 김영준에게 좀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불펜투수는 최소 145㎞ 이상의 직구를 던져야한다"는 지론이 있다. 대신 그만한 구위를 지니고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기회를 부여한다. 정철원은 두산 베어스 시절의 부진을 벗어던졌고, 실패한 유망주로 분류됐던 윤성빈 홍민기의 회려한 부활도 이끌어냈다.


"인생 마지막 기회, 놓치지 않겠다" LG 아픈손가락 → 잊혀진 1차지명…
LG 시절 김영준. 스포츠조선DB
다행히 유강남 김민성 손호영 등 LG 출신 선수들이 많다. 또 동갑내기 '99즈'가 최근 한꺼번에 두각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연락온 선수가 바로 정철원과 장두성이다. 정철원과는 절친한 사이고, 장두성은 같은 인천 출신이다. 전민재 정보근도 99년생이고, 곧 한동희도 제대한다. 벌써 친구들로부터 SNS와 전화로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고.

지난해 거둔 유일한 1승이 6월 16일 잠실 롯데전(3이닝 무실점)이다. 최원태의 부상으로 등판 기회를 얻었고, 연장 혈투 끝에 신민재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LG가 승리하면서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다. 당시 140㎞대 후반의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가 돋보였다.

하지만 김영준은 "제가 강속구 투수는 아니다. 2군에선 한번도 140㎞대 후반을 던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 1군에 올라오면 구속이 2~3㎞ 더 나오기도 하고, 요즘은 150㎞ 중후반을 던지는 투수들이 너무 많다고.

대신 다양한 구종을 갖춘 '팔색조' 투수로 자신을 소개했다. 처음엔 직구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을 구사했다. 2021년 군복무를 마친 뒤엔 투심과 컷패스트볼, 체인지업까지 익혀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 울산 가을교육리그에서 투심과 체인지업이 잘 먹혔다고.


"인생 마지막 기회, 놓치지 않겠다" LG 아픈손가락 → 잊혀진 1차지명…
LG 시절 김영준. 스포츠조선DB
알고보니 롯데는 김영준에게 말 그대로 '운명'이었다. 그는 "생각해보니 데뷔 첫승이 2018년 부산 롯데전"이라고 돌아봤다. 1군 통산 4승이 모두 롯데전이고, 2022년 레전드 이대호의 은퇴식이 치러진 10월 8일 부산 롯데전 LG의 선발투수(3⅔이닝 2실점, LG 3대2 승) 또한 김영준이었다.

다만 악연도 있다. 하필 그날 정보근에게 헤드샷 사구를 던져 퇴장당했던 것. 김영준은 "은퇴식날 선수들이 끝까지 다 봤는데, 난 버스에서 얌전히 자숙하고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날 몸풀면서 봤던 팬들의 응원, 분위기에 정말 감동했다. 선발 불펜, 롱릴리프 필승조 추격조, 어느 보직이든 기회만 주어진다면 열심히 던지겠다. 부산하면 낭만의 도시니까, 그 낭만, 그 응원 내가 받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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