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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김재환의 이적은 과거에는 볼 수 없는 사례였다. 김재환은 4년 전 두산과 115억원 FA 계약에 합의했을 때 조금은 특이한 옵트 아웃 조항을 넣었다. 4년 계약이 끝났을 때 원소속팀 두산과 협상이 결렬되면 보상 없이 이적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조건이었다. 구단과 선수 측이 합의한 내용이었지만, '셀프 방출'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일단 SSG와 계약 규모를 보면 돈이 최우선이 아니었다는 것은 증명됐다. 김재환 본인도 SSG와 계약한 뒤 설명하기도 했고, 업계에 일찍이 알려진 대로 투수친화적인 잠실야구장을 떠나는 게 최우선이었다. 김재환 스스로 잠실에서 더는 많은 홈런을 치기 어렵다고 판단, 국내에서 가장 타자친화적인 홈구장을 쓰는 SSG와 계약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김재환은 2023년 10홈런, 2024년 29홈런, 올해 13홈런에 그쳤다. 본인의 강점인 홈런이 나오지 않으니 선수 본인도 스트레스가 심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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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은 SSG와 계약을 마치고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올려 "최근 내 선택을 두고 많은 비판과 실망의 목소리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팬분들이 보내주신 모든 말씀과 질책을 절대로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 오랜 시간 내 이름을 외쳐 주시고 박수 보내주셨던 만큼 그 기대에 어긋난 모습과 선택으로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김재환은 이어 "두산에서 보낸 지난 몇 년 동안 나를 믿어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스스로를 더욱 힘들게 했다. 홈런 타자의 모습이 사라진 나를 안타까워해 주시는 팬들, 동료들, 구단 직원분들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고, 내 자신에게 실망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괴로웠다. 더 이상은 많은 분들께 실망과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며 변화가 필요했다는 점을 어필했다.
김재환의 사과와 설명에도 성난 팬심이 쉽게 달래지진 않는 분위기다. 어쨌든 원클럽맨을 잃었기 때문.
김재환은 2008년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4순위로 두산에 입단해 2016년부터 부동의 4번타자로 활약했다. 통산 276홈런을 자랑하는 간판타자였기에 '커리어 지속'을 위한 결별이라는 김재환의 설명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선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재환과 같은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된 계약이 더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조항을 숨기고 이적하기는 힘든 구조다.
이 조항을 가장 먼저 발동한 김재환이 여러 설명과 사과에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을 다들 지켜봤다. 용감하게 또 김재환의 뒤를 따를 선수가 나올 수 있을까. 김재환은 사과문에서 "11월 내내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할 만큼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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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