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강의 공격력을 지닌 2루수' 제프 켄트가 MLB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MLB 공식 SNS 캡쳐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메이저리그(MLB)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지녔던 것으로 평가받는 제프 켄트가 드디어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입성했다.
MLB사무국은 8일(이하 한국시각) '켄트가 현대야구 시대위원회 투표결과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고 발표했다. 켄트는 16명의 패널 중 14명의 표를 받아 득표율 87.5%를 기록해 75% 득표율 기준을 넘어섰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절의 제프 켄트.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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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야구 시대위원회 투표는 은퇴한 MLB선수들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는 차선책이다. 후보 자격을 얻은 은퇴선수들이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에서 75% 미만의 득표율에 그칠 경우 명예의 전당 입성이 좌절된다. 이렇게 BBWAA 득표를 통한 입성에 실패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3년마다 한 번씩 현대야구 시대위원회가 열린다. 말하자면, '재수' 방식이다.
이번 시대위원회 투표에는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 카를로스 델가도, 돈 매팅리, 데일 머피 등이 올라갔다.
그러나 투표를 통과한 건 켄트 뿐이었다. 델가도가 9표를 얻었고, 매팅리와 머피는 각각 6표에 그쳤다. 특히 현역시절 '약물 사용의?'을 받고 있는 본즈와 클레멘스는 5표 미만에 그치고 말았다. 이로써 켄트는 2008년 은퇴 이후 17년 만에 명예의전당에 들아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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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트는 역대 MLB 최고의 공격형 2루수다. 1992년에 토론토에서 데뷔해 2008년 LA다저스에서 은퇴할 때까지 통산 377홈런에 1518타점 타율 0.290 OPS 0.856을 기록했다. LA다저스 시절이던 2005년에는 최희섭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2000년 내셔널리그 MVP를 차지한 켄트는 1997~2002년까지 6시즌 동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배리 본즈와 함께 막강한 중심타선을 구성했다. 6시즌 동안 175홈런을 날렸다. 현역시절 5번의 올스타와 4번의 실버슬러거상을 받았다.
켄트는 최강의 공력력은 인정받았지만, 수비력 면에서는 항상 낮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도 자주 마찰을 빚었다. 특히 이번 현대야구 시대위원회에 똑같이 오른 본즈와는 '물과 기름'같은 사이였다. 경기 중 아예 대놓고 더그아웃에서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10년 간 BBWAA 투표에서 50%를 넘기지 못했다. 최고득표율이 46.5%였다.
제프 켄트(오른쪽)이 지난 2005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진행된 LA 다저스 스프링캠프 때 최희섭에게 수비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그러나 켄트는 본즈보다 먼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며 긴 라이벌 대결의 종지부를 찍었다. 2023년에 BBWAA투표를 통한 입성에 최종 실패한 뒤 처음으로 올라간 현대야구 시대위원회 투표는 통과했다.
반면, 역대 최다 홈런(762개) 기록 보유자 배리 본즈와 사이영상을 7번이나 받은 로저 클레멘스는 5표도 얻지 못했다. 본즈와 클레멘스는 약물 사용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두 명 모두 10년간 BBWAA 투표의 벽을 넘지 못해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했다. 이번 현대야구 시대위원회 투표에서도 외면당했다.
본즈와 클레멘스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기회는 앞으로 더 희박해질 전망이다. 이번에 5표 미만에 그치며 다음 투표 자격을 박탈당했다. 때문에 6년 뒤인 2031년에 다시 도전이 가능하다. 만약 여기서도 5표 미만에 그치면 영원히 탈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