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구단 출신의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또 탄생할 전망이다. 지난 달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린 내야수 송성문이 결국 좁은 문을 뚫고 들어갔다. 공식 발표가 나진 않았지만, 거의 입단합의가 이뤄진 모양새다. 과거 팀 선배였던 김하성이 뛰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게 된다.
송성문의 입단이 확정되면 2026시즌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에서는 히어로즈 출신 야수들의 격전이 꾸준히 펼쳐질 수 있다. 같은 지구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와 LA다저스의 김혜성에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송성문까지 가세해 흥미로운 대진이 계속 열릴 전망이다.
2025 K-BASEBALL SERIES 대한민국과 체코의 평가전이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1회말 1사 3루 송성문이 적시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11.08/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0일(이하 한국시각) 'KBO리그의 스타 내야수 송성문이 샌디에이고와 입단에 합의했다'면서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면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 소속 프랜시스 로메로 기자는 19일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송성문이 샌디에이고와 3년-1300만달러(약 193억원)에 계약했다'고 보도했다.
공식 발표가 나지 않아 계약 금액은 다소 유동적이다. 현지 매체는 3년(또는 2+1년)에 총액 1300만달러에서 최대 1500만달러(약 222억원) 정도의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국내에 머물던 송성문도 메디컬테스트와 입단식 등을 위해 19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MLB닷컴은 '송성문이 샌디에이고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는 확실치 않다. 현재 1루 자리가 비어있지만, 송성문은 1루보다는 2루나 3루수로 뛰었던 선수다'라면서 송성문이 사실상 내야 백업요원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성문은 2015년 2차 5라운드(전체 49번)로 히어로즈 구단에 입단했다. 당시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송성문은 시간이 갈수록 성장한 끝에 히어로즈 뿐만 아니라 KBO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자리잡았다. 2025년에는 144경기에 나와 타율 0.315 25홈런 90타점 25도루 OPS 0.917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30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KBO리그 키움과 SSG의 경기. 경기 종료 후 올 시즌을 마친 키움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팬들에게 인사하는 키움 주장 송성문. 고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9.30/
히어로즈는 일찌감치 송성문을 잡기 위해 2025시즌 도중 '6년-120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기도 했다. 2026시즌부터 적용되는 이 계약은 120억원 전액이 보장액수였다. 하지만 송성문은 시즌 종료 후 과감히 포스팅을 통한 MLB 진출을 선언했다.
총액 1000만달러 이상의 계약만 맺어도 히어로즈와 맺은 계약을 능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도 있다는 건 엄청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성적이 가장 잘 나왔을 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건 상식적인 결정이다.
9일 서울 롯데호텔월드에서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키움 송성문. 잠실=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2.09/
결국 송성문은 도전에 성공했다. 송성문은 포스팅 초기만 해도 애매한 성적과 공수 역할 때문에 메이저리그 현지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가성비 선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내야 멀티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타격과 주루도 평균 이상은 하는 활용도 높은 선수를 연간 평균연봉(AAV) 500만달러(약 74억원) 이내에서 계약할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장점이었다.
김하성을 포스팅으로 영입해 큰 효과를 봤던 샌디에이고는 이런 장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1300만달러 정도라면 샌디에이고 입장에서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딜이다. 실패해도 크게 손해가 아니다. 성공하면 투자 대비 몇 배나 큰 가성비를 낼 수 있다. 샌디에이고가 송성문을 잡은 핵심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