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307억 원의 사나이'도 결국 성적 부진 앞에서는 예외가 없었다. 한화 이글스의 중심 타자 노시환이 2군행 통보를 받으면서 KBO리그 1군 엔트리에 서늘한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입이 떡 벌어지는 각 팀의 간판타자들이 현재 1할대 헛방망이를 돌리며 '멘도사 라인'에서 허덕이고 있다. 사령탑의 굳건한 신뢰 속에 근근이 1군을 버티고 있지만,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는 법. 과연 노시환의 뒤를 이어 퓨처스리그행 짐을 쌀 다음 타자는 누가 될까.
지난 13일 전격 2군으로 내려간 노시환의 타율은 1할4푼5리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18일 현재 1군에는 노시환보다 타율이 낮은 규정타석 타자가 한 명 버젓이 살아남아 있다.
SSG 랜더스의 베테랑 거포 김재환(1할1푼3리)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압도적인 꼴찌다. 홈런 2방에 9타점을 올리며 간간이 장타를 뽐내고는 있지만, 팀의 중심타자로서 보여줘야 할 정교함은 실종된 지 오래다. LG 트윈스 홍창기 역시 타율 1할4푼8리로 극심한 타격 침체에 빠져 있다.
그럼에도 SSG 이숭용 감독과 LG 염경엽 감독은 한화 김경문 감독과는 달리 일단 1군에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타율 1할대 초반의 부진이 5월까지 이어진다면, 이들에게 쏟아지는 벤치의 무한 신뢰도 꺾일 수밖에 없다.
이들 외에도 1할대 타율의 늪에 빠진 타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가대표 라인업이 따로 없다.
18일 기준 규정타석을 채운 1할대 타자는 앞선 두 사람을 포함해 신민재(LG 트윈스·1할7푼2리), 이재현(삼성 라이온즈·1할7푼4리), 김주원(NC다이노스·1할7푼6리), 샘 힐리어드(KT위즈·1할8푼8리), 맷 데이비슨(NC다이노스·1할9푼), 윤동희(롯데 자이언츠·1할9푼), 강민호(삼성 라이온즈·1할9푼1리)등 무려 9명에 달한다. 이외에도 전준우(롯데·2할), 정수빈(두산 베어스·2할3리), 오재원(한화 이글스·2할8리)은 2할대에 턱걸이하고 있다. 각 팀의 중심타선과 핵심 유망주, 외국인 타자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성적이 떨어지면 벤치도 움직이기 마련이다. LG 염경엽 감독은 이미 특유의 '대처 매뉴얼'을 가동했다. 밥상을 차려야 할 홍창기와 신민재의 타격감이 바닥을 치자 이들을 7~9번 하위 타선으로 내렸다. 염 감독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타순 조정(1단계)에도 반등하지 못하면 선발 제외 후 특타(2단계), 그래도 안 되면 결국 2군 재정비(3단계) 수순을 밟게 된다.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타율 1할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사령탑이 그만큼 굳은 믿음으로 꾸준히 경기에 내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본래 1할을 칠 선수는 아니다'라는 과거의 데이터와 이름값이 이들의 1군 생존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는 결과로 말한다.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거나 대체 자원이 맹활약하기 시작하면 벤치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307억' 노시환의 2군행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름값만으로는 더 이상 1군 엔트리 한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기나긴 시즌, 타격 사이클은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화려하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겠지만, 끝내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누군가는 노시환에 이어 씁쓸히 2군행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한다. 멘도사 라인에서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는 스타들 중, 사령탑의 인내심 테스트에서 탈락할 다음 타자는 과연 누가 될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