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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베네노'라며? 오타니처럼 될 줄 알았지만, '투수들의 무덤' 앞에 선 사사키

LA 다저스 사사키 로키가 지난 3월 24일(한국시각)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했다가 1회 투구 도중 교체돼 내려오자 오타니 쇼헤이가 엉덩이를 쳐주며 격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LA 다저스 사사키 로키가 지난 3월 24일(한국시각) LA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했다가 1회 투구 도중 교체돼 내려오자 오타니 쇼헤이가 엉덩이를 쳐주며 격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LA 다저스 사사키 로키. UPI연합뉴스
LA 다저스 사사키 로키. UPI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그는 기아차 가격이 붙은 람보르기니 베네노다(He's a Lamborghini Veneno with a sticker price of a Kia).'

미국 USA투데이 저명기자 밥 나이팅게일이 2024년 11월 11일(이하 한국시각) 인터넷판에 게재한 기사의 첫 문장이다.

'그'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선수지만 가격은 저렴하다는 뜻이다. 람보르기네 베네노는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인 람보르기니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2013년 출시한 고성능 스포츠카로 당시 가격이 400만달러였다.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선수가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린다는 이 기사에서 나이팅게일은 '30개 모든 팀들이 탐내고 살 수 있는 이 선수의 이름은 사사키 로키이며, 23세의 일본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사키는 2022년 4월 NPB 역대 최연소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고, 2023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평균 100마일을 웃도는 강속구로 내로라하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압도해 본격적인 스카우트의 대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사키 로키는 2023년 WBC에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표적 대상으로 떠올랐다. 스포츠조선 DB
사사키 로키는 2023년 WBC에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표적 대상으로 떠올랐다. 스포츠조선 DB

그런데 사사키는 당시 오타니 쇼헤이처럼 가능하면 일찍 메이저리그로 가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소속팀 지바 롯데 마린스 구단을 괴롭혔다. 2024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내년 재계약 오퍼를 받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결국 그는 2024년 12월 메이저리그에 포스팅 공시돼 2025년 1월 650만달러의 사이닝보너스를 받고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된다.

2001년 11월 생인 사사키도 오타니처럼 25세 미만의 국제 아마추어 선수 신분이라 마이너리그 계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사사키가 지바 롯데에서 25세까지, 즉 2026년 시즌까지 뛰고 메이저리그를 두드렸다면 3억달러 이상의 거대 계약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앞서 2023년 12월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다저스와 12년 3억2500만달러에 계약했기 때문이다. 사사키가 NPB에서 경력을 더 쌓는다면 야마모토 못지 않은 실력파 투수가 됐을 것이라는 평가였다.

사사키 로키가 지난 6일(한국시각) 워싱턴 내셔널스전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Imagn Images연합뉴스
사사키 로키가 지난 6일(한국시각) 워싱턴 내셔널스전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Imagn Images연합뉴스

하지만 사사키는 입단 2년차를 맞아 여전히 헤매고 있다. 피칭폼을 교정하고 마이너리그 수업도 받았지만 소용이 없다. 작년에는 적응하느라 그랬다 쳐도 이제는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3차례 선발등판해 13이닝 동안 14안타와 볼넷 10개를 허용하고 9실점했다. 2패에 평균자책점 6.23, 피안타율 0.269, 피OPS 0.887을 마크했다. 메이저리그 선발 마운드에 선다는 자체가 '특혜'로 비쳐질 수 있다.

100마일대 직구는 사라진지 오래고 제구는 더욱 엉망이 됐다. 그럼에도 다저스가 그를 6인 로테이션에 꾸준히 중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수많은 일본 기업들이 다저스타디움 스폰서로 참가하고 있다. 일본팬들의 TV 시청과 다저스타디움 방문이 예상대로 상상을 초월한다. 사사키를 반드시 정상 반열에 올려놓아야 하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 작년 포스트시즌서 마무리로 나서 맹활약했다는 한 줄짜리 커리어도 강조한다.

그러나 다저스는 사사키가 없어도 로테이션을 꾸리는데 별 문제가 없다. 불펜 요원인 저스틴 로블레스키도 2차례 선발등판을 포함해 3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2.12로 맹활약 중이다.

다저스는 곧 사사키와 관련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블레이크 스넬이 본격적인 재활 피칭에 들어가 다음 달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16일 라이브피칭 2이닝을 던진 스넬은 두 차례 더 라이브피칭을 소화한 뒤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에 나설 계획이다. 빠르면 5월 중순 복귀가 가능해 보인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사사키를 열심히 두둔하고 있지만, 그때도 여전히 제구와 스태미나가 5이닝을 버티기 힘들다면 가만히 놓아둘 수는 없다.

오타니 쇼헤이는 LA 에인절스 시절부터 투타 겸업으로 이름을 드높였다. AP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는 LA 에인절스 시절부터 투타 겸업으로 이름을 드높였다. AP연합뉴스

사사키는 지바 롯데를 향해 고집을 부릴 때 "오타니도 23살에 미국에 갔는데 나라고 못할 것 있나?"라고 생각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오타니는 투타 겸업이다. 스케일이 다른 선수다. 실제 오타니는 2018년 타자로 22홈런, 61타점, OPS 0.925, 투수로 10경기에서 51⅔이닝을 던져 4승2패, 평균자책점 3.31을 올리며 AL 신인왕에 올랐다.

오타니는 2020년까지 3년간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을 받다가 4,5년차에 각각 300만달러, 550만달러, FA를 앞두고는 3000만달러의 고연봉 선수가 됐다. 그리고 2023년 12월 당시로는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년 7억달러에 다저스로 이적했다.

일단 사사키도 내년까지는 80만달러 안팎의 연봉을 받는다. 지켜봐야 할 시간은 아직 충분하지만, 다저스가 줘야할 돈 때문에 그를 써야 할 이유는 없다.

사사키는 20일 오전 4시10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한다. 커리어 첫 쿠어스필드 경기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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