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 순간이 왔구나 생각했어요."
두산 베어스 김원형 감독은 9일 잠실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주전 포수이자 간판 스타 양의지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최근 극심한 부진으로 인해 이날 시즌 개막 후 처음 선발 제외했다. 김 감독은 "10일 경기까지 쉬게 해주고 싶다. 그런데 장담은 할 수 없다"고 했다. 만약 팀이 9일 경기 패하거나 포수 포지션 문제가 생기면 결국 양의지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양의지 대신 주전으로 나선 윤준호가 생애 최고의 날을 보냈다. '양의지 선배님, 하루 더 쉬세요' 홈런을 날렸다. 이 홈런은 그런 의미도 있지만, 윤준호가 프로 데뷔 후 처음 때린 홈런이라 억만금의 가치였다. 윤준호는 3회말 SSG 선발 긴지로의 실투를 받아쳐 좌중월 투런 홈런으로 만들어냈다. 동의대 시절 야구 예능 출연으로 인지도를 높였고, 2023년 입단 후 상무를 '씹어먹고' 올시즌 큰 기대속 복귀해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홈런을 때려냈다.
이 홈런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실 쉽지 않았다. 이날 홈런을 쳐서 겨우 타율 2할을 넘겼다. 제한된 기회를 살리는 것도 쉽지 않았겠지만, 예능 프로그램 이후 군대도 다녀오고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을 것이다.
윤준호는 "개막 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적이 없어 자존감이 떨어졌다. 긴장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다. 주변 기대를 의식한 건 아닌데, 내 스스로 긴장을 너무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윤준호는 이날 홈런이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 얘기했다. 그는 "올시즌 안타도 치고 했지만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타구였다. 높이 떠서 타구를 보며 '여기 잠실이지' 그런 생각을 했다. 홈런이 됐다는 걸 알고 '이 순간이 오는구나' 생각에 너무 기뻤다. 오늘 이 홈런은 자신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산 포수들은 힘들다. 넘을 수 없는 벽, 대선배 양의지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백업 역할을 하는 자체가 경쟁이다. 윤준호는 "양의지 선배님과는 경쟁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가 없다. 레전드, 1등 포수"라고 말하며 "원래 모습을 빨리 찾으셨으면 한다. 선배님 경기를 보며 항상 많이 배운다. 선배님 존재 자체가 큰 힘"이라고 말했다.
윤준호는 "그래도 오늘 홈런으로 양의지 선배 휴식을 하루 더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에 웃으며 "선배님 하루 더 푹 쉬십쇼"라고 힘차게 외쳤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