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KT 위즈 보쉴리의 인생투는 남다른 준비 정신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보쉴리는 2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하며 시즌 6승(3패)째를 올렸다. KIA 타이거즈 올러, LG 트윈스 톨허스트와 함께 다승 선두다.
7이닝 동안 4사구 없이 안타 3개만 허용했다. 단연 올시즌 개인 최고의 피칭이었다. 5월 들어 다소 비틀거리던 스스로를 멋지게 다잡은 한방이었다.
보쉴리의 호투가 더욱 값진 건 이날 경기전부터 비가 내리는 등 그라운드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는 점. 경기 중반을 넘기면서 다시 빗방울이 굵어졌다. 끝내 경기 후에는 폭우가 쏟아지기까지 했다.
악천후 속에서 펼친 인생투의 비결은 역시 사전 준비를 잘해놓은 덕분이었다.
이날 잠실은 일찌감치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주변을 방수포로 덮어놓았던 상황. 이에 따라 비가 그친 뒤에도 그라운드 재정비가 늦어져 예정보다 10분 늦게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전 오후 4시쯤, 보쉴리는 비어있는 잠실 마운드에 올랐다. 마운드에 깔린 방수포에 가려져 투수판을 밟기도 애매한 상황. 하지만 보쉴리는 개의치 않았다. 연신 마운드에서 투구폼을 잡아보고, 마운드 이곳저곳을 밟아보며 상태를 체크했다.
이후 재정비까지 이뤄졌기에 실제 경기중 마운드 상태는 보쉴리가 체크했을 때보다 양호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보쉴리는 만약의 상황까지 대비한 것.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산전수전 다겪은 베테랑의 노련함이 빛나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만난 보쉴리에게 아까 상황을 물었다. 보쉴리는 "아까 4시쯤 이야기인가?"라며 바로 의미를 이해하는 모습.
"오늘 비가 왔기 때문에 마운드 상태를 살펴봐야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마운드가 전체적으로 괜찮더라도, 내가 투구할 때 밟는 지점만 미끄럽거나 무를 수도 있다. 그런 부분을 특히 자세히 살폈고, 전체적으로 혹시 미끄러운 곳은 없는지도 여기저기 밟아보며 체크했다."
예민한 준비는 곧 최고의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보쉴리는 평균 146㎞ 직구와 싱커, 컷패스트볼에 체인지업, 스위퍼, 느린 커브까지 섞어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를 현혹시켰다.
6회까지의 투구수는 65개에 불과했다. 다만 7회 한이닝에 20개를 던졌다.
투구수 110~120개를 각오한다면 완투까지 노려볼만한 경기 양상과 투구수였지만, KT 벤치는 무리하지 않았다. 한주를 여는 화요일이고, 보쉴리가 오는 31일까지 주 2회 등판을 해야한다는 점을 고려해 필승조를 가동했다.
보쉴리는 "경기전 목표는 최대한 많은 이닝을 책임지는 것이었다.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존에 던졌다. 한승택의 볼배합도 좋았고, 허경민 김상수를 비롯한 야수들이 좋은 수비로 날 도와줬다. 팀 전체가 만들어낸 승리"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투구수가 적긴 했지만, 내가 내려간 뒤 나온 추가점도 있고 불펜도 잘 막아줬다. 내게도 좋은 선택이었다. 일요일에도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