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미라클 두산'의 저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2만4000석 전 좌석이 매진(시즌 19호)되며 뜨겁게 달아오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마지막에 웃은 팀은 두산 베어스였다. 패색이 짙던 9회초,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두산이 짜릿한 뒤집기 쇼를 선보였다.
두산 베어스는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9회초에 터진 강승호의 극적인 역전 만루 홈런에 힘입어 삼성에 9대7 기적 같은 대역전승을 거두었다. 이 승리로 두산은 삼성이 노리던 4연승 길목을 차단하며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경기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9회초 두산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삼성은 7-3으로 앞선 9회초 승리를 굳히기 위해 마무리 김재윤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두산 타선은 포기하지 않고 김재윤을 흔들며 1사 만루라는 절호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삼성이 급하게 투수를 배찬승으로 교체했으나, 두산의 매서운 추격 흐름을 막지 못했다. 두산 박찬호가 바뀐 투수 배찬승을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김재윤의 책임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7-4.
이어 타석에 들어선 강승호가 역사에 남을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강승호는 1B상황에서 배찬승의 2구째 시속 136㎞짜리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자 이를 놓치지 않고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타구는 파열음과 함께 라팍의 좌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역전 만루 홈런으로 연결됐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8대7로 뒤집혔고, 승리를 확신하던 2만4000 대구 홈 관중석은 순식간에 거대한 충격과 침묵에 휩싸였다.
이어 정수빈도 바뀐 투수 장찬희를 상대로 솔로포를 터뜨리며 점수차를 2점으로 벌렸다. 9-7.
경기 초반 흐름은 완벽한 삼성의 페이스였다. 삼성은 1회말 김지찬, 박승규, 구자욱의 연속 3안타로 선취점을 뽑은 뒤, 4회말 강민호의 투런포(비거리 128m)와 구자욱의 2루타, 상대 실책 등을 묶어 대거 5점을 뽑아내며 6-0까지 달아났다. 두산 선발 잭 로그는 5이닝 9안타(1홈런) 1볼넷 1사구 3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부진하며 패전 위기에 몰렸었다.
또한 삼성 선발 원태인은 6이닝 동안 자신의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투구수인 110구(5안타 3볼넷 2사구 5탈삼진 3실점)를 던지는 혼신의 퀄리티스타트(QS) 역투로 두산 타선을 꽁꽁 묶어두고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5회초 1사 1, 2루 상황에서 4번 타자 다즈 카메론이 원태인의 134㎞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08m짜리 스리런 홈런(시즌 8호)을 터뜨리며 3점 차로 끈질기게 추격했다. 8회말 삼성 전병우가 두산 네 번째 투수 이용찬을 상대로 비거리 111m짜리 솔로 홈런(시즌 4호)을 쏘아 올리며 점수가 7-3으로 벌어졌을 때만 해도 두산의 패배가 굳어지는 듯했다.
6점 차의 열세를 극복하고, 8회말 추가 실점의 충격마저 이겨낸 두산의 끈기는 결국 9회초 대폭발로 이어졌다. 상대의 필승조와 마무리 라인을 완벽하게 무너뜨린 두산 타선의 집중력은 왜 그들이 가을야구의 단골 손님이자 무서운 팀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한 판이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