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결국 '월드컵 성공'이라는 대의 앞에 13년 천하를 내려놓았다.
정몽규 회장이 사퇴를 선언했다. 정 회장은 29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월드컵 이후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면서 "대표팀이 본선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회장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사퇴는 말 그대로 전격적이었다. 정 회장은 사흘 전 정례 임원 회의도 주재했을 정도로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때문에 정 회장의 사의 표명은 협회 내부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분위기다. 미국 사전 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홍명보 감독이 정 회장의 사의 성명이 배포되기 약 2시간 전 그로부터 이 사실을 직접 통보받았을 정도다.
정 회장은 지난해 2월 85.6%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4선에 성공했다. 각종 논란 속에서도 회장직을 이어가던 정 회장은 월드컵을 코 앞에 두고 결단을 내렸다. 협회는 이번 사의 표명이 외부 압박에 따른 결정이라는 일부 시선에 선을 그었다. 협회 관계자는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 대표팀이 팬들의 전폭적인 응원 속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는 마음과 13년 동안 이끌어 온 협회가 여러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동력을 이어가길 바라는 뜻이 반영된 결정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홍명보호가 평가전을 치르기 전에 입장 표명을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홍명보호는 31일 오전 10시 솔트레이크시티의 BYU 사우스필드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른다. 이어 6월 4일엔 같은 곳에서 엘살바도르를 상대로 월드컵에 대비한 마지막 평가전을 갖고, 5일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베이스캠프로 이동한다.
정 회장의 전격 사퇴는 월드컵 전 경기 외적인 잡음을 최대한 정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7월 19일 폐막하는 2026년 북중미월드컵 이후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자신의 임기 마지막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6월9일 멕시코로 출국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대표팀이 본선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회장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재임 기간 천안 코리아풋볼파크 건립, 디비전 시스템 구축, 파트너사 및 중계사와의 장기 계약을 통한 협회 재정 안정성 강화,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기가 2029년까지인 정 회장이 물러나면 협회는 당장 새로 회장을 뽑아야 한다. 축구협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이 궐위된 경우에는 부회장 선임 시 정한 순서(정한 순서가 없을 경우 부회장 중 연장자 순)에 따른 사람이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받아 직무를 대행하며, 잔여임기가 1년 이상인 경우에는 60일 이내에 회장을 새로 선출해야 한다.
다만 축구협회는 정 회장이 아직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행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이사회를 개최해 확정할 예정이다.
다음은 정몽규 회장의 성명서 전문.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대한축구협회 회장 정몽규입니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개막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우리 국가대표팀은 그동안 열심히 월드컵 본선을 준비해왔으며, 저는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펼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대회 기간 동안 대표팀에게 아낌없는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가 축구협회를 맡아 운영하는 동안 여러 가지 논란과 비판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월드컵이 끝난 뒤 축구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대표팀이 본선에서 성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것이 협회장으로서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제가 협회를 맡아서 일해오는 동안 격려와 지원을 해주신 축구인, 후원사, 언론인, 정부 관계자 그리고 팬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오랜 기간 축구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온 축구협회 임직원과 연맹, 시도협회 관계자들에게도 고마운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 월드컵 이후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다시 한 번 미래를 향해 전진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