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야구가 참 내 뜻대로 안 되더라고요."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규성이 드디어 존재감을 뽐내기 시작했다. 아시아쿼터 유격수 제리드 데일은 방출됐고, 김도영은 내년부터 본격적인 유격수 전환을 준비하는 상황. 남은 시즌은 일단 있는 선수들을 번갈아 기용하며 버티기로 했는데, 김규성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김규성은 지난달 3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 2도루 1타점 1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2016년 KIA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한 지 11년 만에 처음 4안타 경기를 했다. 개인 한 경기 최다 안타 신기록.
비록 KIA는 3대5로 석패해 3연패에 빠졌지만, KIA가 LG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순간마다 김규성이 있었다.
0-1로 뒤진 5회초. 2사 후 김규성이 LG 선발투수 앤더스 톨허스트에게 중전 안타를 뺏었다. 다음 박재현 타석 때는 2루를 훔쳤고, 박재현의 중전 적시타에 힘입어 득점에 성공해 1-1 균형을 맞췄다.
2-5로 뒤진 9회초. 패색이 짙은 가운데 LG는 마무리투수 손주영을 올렸다. 1사 후 나성범이 중전 안타를 치자 김규성도 우전 안타를 때려 1사 1, 3루로 연결했다. 2사 후 김선빈의 볼넷으로 만루. 김도영이 밀어내기 사구를 얻어 한 점을 쫓아갔다. 경기를 뒤집기는 역부족이었지만, 손주영은 올해 마무리투수로 전환하고 가장 진땀을 흘린 경기라고 자평했다.
김규성은 시즌 초반 백업 경쟁에서 후순위로 밀렸다. 시범경기부터 박민과 정현창 등 후배들의 타격감이 워낙 좋았다. 김규성은 좀처럼 타석에서 시동이 걸리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5월 이후로 타석에서 감을 잡아 나가고 있다. 데일이 수비와 타격 모두 흔들리는 바람에 5월 초 2군행을 통보받은 이후 출전 기회가 늘면서 자연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물론 준비가 돼 있어야만 기회도 잡을 수 있는 법이다.
김규성은 5월 타율 3할2푼4리(37타수 12안타), 1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최근 10경기 타율이 4할3푼5리(23타수 10안타)에 이른다.
5월 팀 내 타점 5위에 올랐는데, 김규성의 타석 수가 압도적으로 적다. 1위 아데를린 로드리게스(21타점) 2위 박재현(20타점) 3위 김도영(16타점) 4위 김호령(14타점)인데, 단기 대체 외국인 타자로 합류한 아데를린만 88타석이고 나머지 3명은 다 100타석 이상 들어섰다. 김규성이 얼마나 영양가 높은 타격을 펼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김규성은 시즌 초반 침체기가 길었던 것과 관련해 "항상 경기 나가면 기회를 안 놓치려고 하고 있는데, 참 야구가 뜻대로 안 되더라. 근데 뜻대로 안 된다고 해서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그렇고, 형들도 그렇고 정말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항상 준비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렇게 또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김규성이 시즌 초반 1군 경기에 거의 나가지 못할 때도 벤치에 뒀다. 경기 후반 한 점을 막아야 할 때 수비 강화를 위해 반드시 데리고 있어야 하는 카드가 김규성이었다. 박민, 정현창도 마찬가지지만, 경험으로는 김규성이 우위에 있다.
김규성은 유격수와 2루수, 3루수까지도 가능한데, 1루수 미트도 챙겨 다닌다.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는 모든 기회에 대비하고 있고, 그만큼 간절하다. 김규성은 하루 하루 기회를 살리고, 그 기회가 매일 연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드디어 마음처럼 안 되던 야구가 조금씩 되기 시작하고 있다.
잠실=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