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결국 LA 다저스의 목표는 김혜성을 '슈퍼 유틸'로 만드는 것일까.
다저스 산하 트리플A팀인 오클라호마시티 코메츠로 간 김혜성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리드오프 역할을 맡으며 타석 수를 늘리는 것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다양한 포지션 실험에 나서고 있다. 기존에 맡았던 유격수, 2루수 뿐만 아니라 3루수 자리까지 책임지는 모습이다.
김혜성의 멀티 기용은 낯선 장면이 아니다. 다저스에서도 유격수, 2루수 외에도 외야까지 나간 바 있다. 스프링캠프 때는 중견수 테스트를 받더니, 마이너 강등 직전에는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좌익수 자리에 투입된 바 있다.
김혜성은 다저스 입단 첫 해인 지난해부터 멀티로 기용돼 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그 폭이 좀 더 넓어지는 모양새다.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출전하고 있다. 전문 외야수가 아니지만 나름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준 것이 눈에 띈다.
마이너에서도 이런 멀티 기용은 계속될 전망. 오클라호마시티의 스콧 헤네시 감독은 지난 2일(한국시각) 다저스 소식을 전하는 다저스비트와의 인터뷰에서 "김혜성에겐 2주에 한 번씩 휴식을 줄 것이다. 2루수와 3루수, 유격수, 어쩌면 중견수 수비까지 소화하면서 스윙을 가다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성은 빅리그 진출 후 수비적인 부분에선 인정을 받았다. 내야 뿐만 아니라 외야에서도 어려운 타구를 곧잘 잡아내는 집중력으로 찬사를 받았다. 다만 타격 부분에서는 두 시즌 연속 콜업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다 점점 페이스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브랜든 고메스 단장은 "김혜성의 타격 셋업 자세에 몇 가지 문제가 생겼다. 데뷔 첫해에 나타났던 아쉬운 모습으로 조금씩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 역시 "김혜성의 스윙이 변했다. 하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보다 헛스윙이 훨씬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데뷔 첫 해 김혜성은 타율 0.280(161타수 45안타) 3홈런 17타점, 출루율 0.314, 장타율 0.385, OPS(출루율+장타율) 0.699였다. 올 시즌에는 빅리그에서 100타석 이상을 소화했으나 타율 0.259(116타수 30안타) 1홈런 11타점, 출루율 0.323, 장타율 0.328, OPS 0.651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안타 수와 출루율이 증가했으나 장타율과 OPS는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메이저리그 기준에서 보면 외야수, 코너 내야수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중장거리 타자 유형과는 거리가 있는 교타자. 수비 능력을 고려하면 유격수, 2루수를 번갈아 맡으면서 하위 타순에 배치되는 그림을 그려볼 만하다. 다저스 역시 그동안 김혜성을 그렇게 기용해왔다.
이럼에도 다저스가 멀티 기용을 원하는 이유는 두터운 뎁스에 있다. 무키 베츠와 토미 에드먼이라는 확고한 키스톤 콤비 뿐만 아니라 베테랑 미겔 로하스, 유망주 알렉스 프리랜드가 백업 자리를 지키고 있다. '원조 유틸' 키케 에르난데스까지 가세한다면 틈은 더욱 비좁아 진다. 외야도 내야 못지 않게 경쟁 구도는 빡빡한 편이다. 결국 다저스가 트레이드 대신 김혜성을 키워 쓴다면, 로스터 내지 경기 상황에 따라 어디든 쓸 수 있는 멀티 능력 확보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고개가 끄덕여 진다.
김혜성 입장에선 이런 구도가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타격 감을 살리면서 수비 영역을 확대한다면 그만큼 향후 경쟁에서 다방면에 걸친 기회를 노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게 보면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다만 빅리그 기준에 맞는 타격을 만들기 위해 재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늘어나는 수비 부담이 결국 아무런 숙제를 풀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 현지에선 다저스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9월 확장 로스터 시행에 맞춰 김혜성을 다시 부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때까지 김혜성이 팀이 요구하는 수준의 능력을 갖출지가 롱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