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50㎞를 던지던데? 일단 쫄지 않아. 피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맘에 든다."
제대하자마자 1군 마운드를 맛봤다. 투수 1명이 고픈 이강철 KT 위즈 감독에겐 '천군만마' 같은 예비역 복귀다.
한승주는 지난 1일 제대와 동시에 팀에 합류, 2일 수원 LG 트윈스전에 곧바로 등판했다. 결과는 1이닝 무실점.
3일 수원에서 만난 한승주는 "정말 기다려왔던 순간이 생각보다 빨리 와서 정말 기뻤다. 너무 행복하다. 첫 타구가 생각보다 멀리 갔는데, 잘 잡아준 힐리어드 감사하다"며 활짝 웃었다.
이강철 감독은 한승주의 첫 등판에 대해 "슬라이더가 아주 좋다. (LG)오스틴 상대로 삼진을 잡을 정도니까, 오른손 타자 상대로는 확실한 강점이 있다. 상당히 괜찮게 봤다"고 칭찬했다.
"일단 기세가 좋은 게 맘에 든다. 한화 있을 때 우리 상대로 선발 나온 기억이 나는데, 맞아나갈 지언정 눈빛 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더라. 최원호 전 감독에게 물어보니 '너무 스트라이크만 던져서 문제였다'고 하더라. 아주 야무지고, 다부지게 생겼다. 잠재력이 좋다."
부산고 출신 한승주는 한화 이글스 시절 차세대 선발 유망주로 각광받던 투수다. 2020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8번)에 호명된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한화 시절 대비 한층 커지고 단단해진 체형이 눈에 띄었다. 역시 '웨이트 천국' 국군체육부대(상무)를 다녀온 선수답다. 군복무 시절 얼마나 성실하게 훈련해왔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한승주는 "복귀 후 첫 등판에서 생애 최고 구속이 나왔다. 박치왕 (상무)감독님, 이대환 불펜코치님이 정말 세밀하게 신경써주신 덕분"이라며 미소지었다.
원래 140㎞ 초중반의 투심과 각도큰 슬라이더가 장점이었는데, 지금은 스타일이 살짝 바뀌었다. 최고 150㎞에 달하는 투심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각도는 작지만 강한 고속 슬라이더를 장착했다. 여기에 커브로 완급조절을 더한다. 체인지업 계열보다는 원체 공끝이 좋은 편이라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스위퍼는 던져봤냐'는 말에 "타자들 반응을 보니 던지지 않는게 낫겠다 싶었다"며 한숨을 푹 쉰다.
"목표했던 만큼 체격이 커지진 않았다. 그래도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좋아졌고, 계속 경기를 뛰는 입장에서 자신감이 붙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게 정신적으로도 큰 힘이 됐다."
군생활 동안 가장 큰 도움이 된 동기로는 투수 김동혁(키움 히어로즈), 타자 정은원(한화)을 꼽았다. 매일매일 야구 얘기로 꽃을 피웠다고.
KT에선 추격조로 시작할 예정.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필승조로 발탁할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입대 직전 '50억 FA' 심우준의 보상선수로 KT 이적이 결정됐다. 한승주는 "1년반을 기다려야하는데도 날 택해준 (나도현)단장님께 감사드린다.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면서 "선발일 때는 나도 모르게 완급조절을 신경쓰다보니 구위가 약했다. 불펜으로 오니 한순간 한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어 좋다"고 돌아봤다.
KT 합류 이틀째인 이날 소감을 물으니 "왜 이 팀이 꾸준히 야구를 잘하고, 매년 가을야구를 가는지 알 것 같다. 확실히 잘하는 팀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빨리 녹아들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강조했다.
"한승혁 형이 나와 나이 차이는 있지만, 엄청 다정다감한 스타일이다. 한화에서 같이 있다왔으니까…야구장 안내도 해주고, 같이 운동도 하고, 반겨주셔서 감사했다."
한승주가 뛰던 시절의 한화는 말 그대로 암흑기였다. 공교롭게도 그가 KT로 이적하고 군복무를 하는 동안 한화는 19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이제 한승주가 KT를 가을야구로 이끌어야한다. 한승주는 "가을야구가 정말 부러웠다. 저런 분위기에서 야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팀이 정상에 설 수 있도록 돕겠다는 마음으로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나왔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