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NC 다이노스의 '토종 에이스' 구창모(29)가 또 한 번 '키움 킬러'의 위용을 유감없이 과시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비록 불펜진 과부하와 전날의 아쉬운 끝내기 패배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이었지만, 구창모는 마운드 위에서 에이스의 책임감을 몸소 증명해 보였다.
구창모는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6승(2패)째를 수확했다. 경기 후 만난 구창모는 자신의 승리보다 팀의 불펜 과부하를 먼저 걱정하는 성숙한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날 구창모는 6회 2사까지 잡은 후 이형종과 김웅빈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했다. 투구수는 이미 90개였다. NC 이호준 감독은 경기 전 이미 "앞선 2경기에서 100개를 넘겼기 때문에 오늘은 투구수를 90개 정도로 조절할 생각이다"라고 공언한 바 있다. 때문에 이용훈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교체를 위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구창모는 6회를 직접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국 이 코치는 구창모를 마운드에 두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구창모는 대타 임지열을 단 1구만에 3루 땅볼로 처리하고 포효했다.
구창모는 "최근 라일리 톰슨 선수도 100개 이상을 던지는 등 선발진의 소모가 컸고, 특히 중간 투수진에 과부하가 많이 걸려 있는 상황이다"라며 "투구수가 100구에 가까워지더라도 내가 6회까지 막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6회 밝혔다. 그는 "공격에서 중요한 상황에 점수를 내줬고, 포수 안중열의 좋은 리드 덕분에 더욱 집중력 있게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다"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올 시즌 구창모는 유독 키움만 만나면 펄펄 날고 있다. 시즌 6승 중 정확히 절반인 3승을 키움전에서 수확했고, 키움전 평균자책점은 무려 0.95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정작 구창모 본인은 '키움 천적'이라는 타이틀에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특별히 키움전이라고 해서 다르게 준비한 것은 없다. 항상 하던 대로, 매 경기 루틴대로 준비했을 뿐인데 결과가 좋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오히려 순서상 키움전을 마주할 때마다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야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구창모는 "공교롭게도 키움과의 시리즈에서 내가 첫 번째 투수로 나선 적이 없다"라며 "항상 팀이 첫 경기에서 힘든 경기를 치르고 난 뒤 나에게 턴이 돌아와 흐름을 바꿔야 한다는 순서상의 부담감이 컸다"고 고백했다.
전날(9일) 경기 역시 키움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직후였기에 부담감이 상당했지만, 구창모는 오히려 이를 계기로 삼았다. 그는 "어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아쉽게 놓쳐서 오늘 반드시 팀의 흐름을 다시 바꿔놓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더 공격적으로 투구했다"라며 부담감을 정면 돌파해 낸 비결을 전했다.
이 감독은 전반기까지 구창모에게 별도의 휴식 턴을 주지 않고 계속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부상 이력이 있는 에이스에게는 다소 타이트한 일정일 수 있지만, 구창모의 눈은 이미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구창모는 "나의 올해 최종 목표는 시즌 끝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팀과 함께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라며 "몸에 큰 이상이 없는 한 계속 로테이션을 지키며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구단에서 워낙 관리를 잘해주시기 때문에 나만 준비를 잘하면 충분히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