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9년만의 우승도 이뤘고, 왕조를 향한 발걸음도 쌓아나가고 있다. 이제 창단 36년만에 첫 홈런왕도 노려볼만하다.
LG 트윈스 오스틴의 기세가 무섭다. 오스틴은 10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멀티홈런을 쏘아올리며 홈런 19개로 KIA 타이거즈 김도영과 다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영양가도 알토란 같았다. 0-2로 뒤진 1회말 분위기를 바꾼 추격포, 2-5로 뒤진 5회말 1사 만루에서 대역전 그랜드슬램까지. 3타수 3안타 5타점, 1볼넷을 더해 전타석 출루까지 달성했다.
홈런 뿐이 아니다. 타율 4위(3할4푼3리) 출루율 5위(4할1푼4리) 장타율 1위(6할5푼3리),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부문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OPS(출루율+장타율)에서도 최정(SSG 랜더스, 0.997) 최원준(KT 위즈, 0.992) 페라자(한화 이글스, 0.991)를 넘어 유일하게 1점대를 넘기는 독보적인 1위.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스포츠투아이 기준)도 4.10으로, 2위 박성한(SSG, 3.62)에 크게 앞선 1위다.
한국에 온지 4년차, 약점이 분석되긴 커녕 점점 더 꾸준히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매년 3할이 넘는 타격, 30홈런-100타점 안팎의 기록을 쌓아올리면서 매년 더 끌어올리는 OPS는 오스틴의 무서운 발전을 보여준다. 한국에 올 때는 외야수였지만, 팀 사정에 맞춰 1루를 보면서도 2024년 KBO 수비상을 수상할 만큼 훌륭한 수비가 돋보인다. LG 역사상 최고의 1루수라는 호칭은 이미 거머쥔지 오래다.
염경엽 LG 감독은 "타격 메카닉이나 멘털 모두 워낙 여러가지 장점을 지닌 선수다보니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매경기 준비하는 자세도 남다르다. 감독 입장에서 보면 잘할 수밖에 없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팀 문화에도 완전히 녹아들어 한국인 고참 이상으로 팀을 이끄는 리더십을 지녔다는 평. 염 감독은 "나는 '오주장'이라고 부른다. 팀내 핵심 전력인 외국인 선수들을 관리하는 주장이라는 뜻"이라며 웃었다. 새로 합류한 약셀 리오스에 대해서도 "오스틴이 팀 문화나 분위기도 알아서 전달해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어쩌면 나머지 9개팀에겐 진짜 '재앙' 같은 존재감을 뽐낸다. 에릭 페디(전 NC 다이노스)나 코디 폰세(전 한화 이글스)는 한시즌 리그를 초토화시킨 뒤 메이저리그로 향했다. 리그 최강의 투수다운 압박감은 엄청났지만, 5일에 1번 만나다보니 정규시즌에는 몇경기 마주치지도 않는다. 포스트시즌에도 많아야 2번이다.
하지만 오스틴은 4시즌째 한국에 머물며 연일 타팀 마운드를 두들기고 있다. 3연전 내내, 1년 내내, 시리즈 내내 매일매일 만나야한다.
무엇보다 LG는 45년간 단 한번도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가 없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게 불리한 것은 맞지만, 같은 처지인 두산 베어스가 김상호(1995) 우즈(1998) 김재환(2018) 등 꾸준히 홈런왕을 배출해온 것과도 대조적이다.
LG 역사상 최다 홈런의 주인공은 로베르토 라모스(2020~2021)로, 2020년 38홈런을 쏘아올려 이 부문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그 뒤가 바로 오스틴(2024년 32개, 2025년 31개)이다.
이제 남은 건 구단 역사상 첫 홈런왕 뿐이다. 천하의 김도영조차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혀를 내두르는 남자, 오스틴의 올시즌 빛나는 행보는 어디까지일까. 1~2경기차로 물고물린 선두권 경쟁에도 큰 변수가 될 오스틴의 불방망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