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요즘 힐리어드 프리배팅 보는 재미로 산다. 좌중우 골고루 펑펑 넘긴다. 오늘 한번 기대해볼까? 잠실이긴 하지만."
사령탑의 예감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리그에서 가장 넓은 구장, 2.6m 높이의 펜스도 전직 메이저리거의 피지컬에 걸리면 답이 없었다.
KT 위즈 힐리어드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3회초 만루홈런을 쏘아올렸다. 지난 5월 14일 SSG 랜더스쩐(앤서니 베니지아노 상대)에 이은 올시즌 개인 2번째 만루홈런이자 시즌 24호 홈런이다.
5~6월 14개의 홈런을 몰아쳤는데, 7월 들어 다소 부진했다. 하지만 '타격감은 괜찮아보인다'던 사령탑의 판단은 정확했다.
힐리어드의 간절함은 전날 펜스플레이에서도 보였다. 8회말 LG 오지환의 투런포 당시 힐리어드는 1m96의 큰 키와 탄력, 스피드를 활용해 타구를 거의 따라붙었다. 마지막 순간 펜스에 기대 점프했을 때 타구 높이까진 거의 맞췄다. 다만 마지막 순간 살짝 타구의 방향을 놓치는 바람에 글러브를 비껴갔다.
이날은 반대로 비슷한 코스에 홈런을 쳤다. 경기전 만난 이강철 감독은 "힐리어드 프리배팅 보는 재미가 있다. 좌중우 모든 방향에, 배트 중심에 맞추면서 쉽게쉽게 넘긴다. 막 붕붕 휘두르지 않는데도 쭉쭉 뻗는 거 보면 순발력이나 탄력이 정말 좋은 것 같다"면서 "전반기 막판에는 체력이 좀 떨어졌던 거 같고, 오늘 기대해보겠다. 잠실이긴 한데, 요즘 좀 올라오는 분위기였다. 하도 안 맞아서 문제인데, 배트에 맞기만 하면 터질 것 같다"고 돌아봤다.
힐리어드는 3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이날 LG의 선발투수는 라클란 웰스. 아시아쿼터이긴 하지만, 실질적인 리그 최고 선발투수 중 한명이다.
선두타자 조대현이 안타로 출루했고, 1사 후 최원준의 안타, 김현수의 우익수 뜬공, 안현민의 볼넷이 이어지며 2사 만루가 됐다.
왼손 투수-타자간의 대결임에도 웰스는 조심스럽게 힐리어드를 상대했다. 초구 2개는 모두 변화구 볼이었다. 3~4구는 직구로 스트라이크, 그래서 볼카운트 2B2S.
5구째 바깥쪽 높은 커브볼을 힐리어드가 놓치지 않았다. 129.8㎞ 커브가 밋밋하게 들어왔고, 힐리어드는 힘들이지 않고 쭉 밀어쳤다. 타구는 그대로 LG 좌익수 문성주의 머리 위를 지나 펜스 건너편에 꽂혔다.
펜스를 살짝 넘긴 비거리 118.3m 짜리 홈런. 타구속도는 155.9㎞, 발사각은 24.3도였다. 이 홈런으로 힐리어드는 21개째 홈런을 기록, 홈런 1위 오스틴(28개)에 7개 차이로 따라붙었다. 홈런 순위에서도 최정(20개)에 한발 앞선 4위가 됐다.
힐리어드는 다음 타석인 5회초에도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연타석 홈런, 하루에 혼자 6타점을 올리는 괴력을 뽐냈다. 홈런은 22개로 하나 더 늘었다. 힐리어드는 공수교대 때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원정팬들을 향해 큼직한 동작으로 박수를 치며 감사를 표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