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질 조짐이다.
6월에 터키 앙카라에서 열리는 런던올림픽 여자농구 최종예선을 앞두고 7일 국가대표팀이 소집되는데, 12명의 최종 엔트리 가운데 첫날부터 무려 5명이나 훈련에서 빠지게 된 것. 이 가운데 이경은(KDB생명)과 김단비(신한은행)는 아예 대표팀 합류조차 붙투명한 상황이다. 소집 초반부터 대표팀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질타가 쏟아졌던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협회는 '소나기만 피해가자'는 심정으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일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이번 사태에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 신동파 강화위원장을 비롯해 정미라 기술이사 등의 사퇴 문제가 논의됐지만, 특히 정 이사가 이를 강력히 거부했고 협회는 이를 관철시키지 못하면서 악화일로에 처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정 이사는 신동파 위원장의 배석 없이 지난달 29일 이호근 감독과 함께 12명의 최종 엔트리를 선정했다. 선수층이 유난히 얇은데다, 구단들의 희생 정신 부족이 겹치면서 매년 대표팀 차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선수들의 몸 상태에 대한 철저한 체크 없이 무작정 선발한 것. 농구계 안팎으로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당사자이기에 각 팀에 제대로 협조를 구했을리는 만무하다. 게다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운 신한은행에서 가장 많은 4명을 뽑았는데, 선수 차출에 순순히 협조하기를 바라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했다.
이경은은 왼 어깨 부상으로 팀 훈련조차 소화하지 못한 채 재활훈련중이다. 일단 소집에는 응하겠지만, 최종예선 출전은 불가능한 상황. 김단비는 갑상선이 좋지 않았던 가운데 진료 결과 갑상선에 3개의 혹이 발견됐다. 수술까지 해야할 상황인데다, 무릎 상태도 좋지 않다.
여기에 같은 팀의 최윤아 강영숙 하은주 등도 챔프전 우승을 한 후 재활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포상휴가만 다녀왔다. 한 시즌동안 혹사한 몸을 재활하지 않은 채 훈련에 투입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큰 부상이 예상된다. 따라서 신한은행측은 7일 협회측에 4명 선수에 대한 진단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사실 지난 3년간 대표팀을 맡았던 임 감독은 자기팀 선수를 최대 6명까지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통합 6연패를 할 정도로 신한은행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난 것은 맞지만, 다른 팀들의 선수 차출 비협조가 가장 큰 이유였다. 감독은 부상을 무릎쓰고 소속팀 선수들을 대거 데려가서 뛰게할 수 밖에 없었고, 이런 선수들은 의무감 때문이라도 더욱 열심히 뛰어야 했다.
하지만 정작 이 감독은 삼성생명 선수를 단 1명도 뽑지 않았다. 혼혈선수로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한국 국적을 따고 개명까지 한 김한별(로벌슨), 센터 김계령 등은 부상과 수술을 이유로 빠졌다. 다른 팀 선수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이상한 모양새다. 이 감독은 자신을 뽑아준 협회에 대한 '고마움' 때문인지, 규정에 맞지 않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도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아직 최종예선까지 한달 넘게 남았다지만 6~7명으로는 연습경기조차 하지 못한다. 협회는 아무런 대책없이 예비 엔트리조차 뽑지 않았다. 훈련만 참가시키고, 대회에 나갈 때는 제외시키는 것이 미안했기에 예비 선수를 뽑지 않았다는 얘기는 궁색한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협회가 '영'(令)이 서지 않다보니 첫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그 어떠한 결과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과정을 합리화시킬 수는 없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