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의 한국형 농구, 만리장성 무너트렸다

기사입력 2013-08-01 20:35


남자농구에서 중국은 한국에 높은 벽 같은 존재였다. 중국의 세계랭킹은 11위. 한국(33위)보다 22계단이 높다. 또 신장에서 중국이 우세하다. 1일 필리핀 마닐라 몰 오브 아시아 아레나에서 시작된 2013년 남자농구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중국 엔트리(12명)의 평균 신장은 2m2로 한국(1m94) 보다 8㎝ 컸다. 이 처럼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에서 중국에 밀렸다.

그런 중국을 한국이 한편의 드라마를 쓰며 제압했다. 유재학 대표팀 감독의 '한국형 농구'가 통했다. 한 수 위의 중국을 제압하는 방법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한국 선수들은 유 감독이 구상한 강력한 압박 수비와 많은 움직임으로 중국의 공격을 온몸으로 차단한게 주효했다.

한국은 C조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이번 대회 첫 이변을 낳았다. 우승후보 중국을 제압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최소 3위 내에 들어야 내년 스페인 월드컵에 출전할 자격을 얻는다. 한국은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한국은 1쿼터 강한 압박 수비로 중국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13-15로 2점차로 1쿼터를 끝냈다. 김주성과 김종규가 골밑에서 중국의 높은 벽을 잘 차단했다. NBA에서 뛰었던 이젠롄(2m12)을 협력수비로 막는데 성공했다. 골밑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이젠롄은 외곽으로 밀려났다. 리바운드를 잡아 높이를 이용해 2차 공격을 했다. 김주성은 1쿼터 공격곽 수비에서 맹활약했.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가드 양동근은 외곽에서 경기 완급을 조절했다.

중국은 2쿼터 초반 베테랑 센터 왕즈즈를 투입했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왕즈즈는 움직임이 둔해 예전 같은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압박 수비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골밑을 이종현이 지켰다. 이전롄이 파고들면 이종현과 이승준이 순식간에 에워쌌다. 이전롄이 파고들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15개국 중 평균 신장이 가장 큰 팀이다. 하지만 중국은 높이를 이용한 골밑 공격으로 재미를 못봤다.

가드 김선형은 2쿼터 중반 상대 공을 가로채 전광석화 같은 원핸드 덩크슛을 터트렸다. 경기장을 찾은 농구팬들은 키가 크지 않은 김선형(1m85)의 덩크슛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전반전은 29대31로 마쳤다.

한국은 전반전 고르게 득점했다. 김선형이 팀내 최다인 6득점, 양동근이 5득점, 조성민 김주성 이승준이 나란히 4득점씩을 보탰다. 중국은 이전롄이 가장 많은 11득점을 했다.

중국의 뒤를 계속 추격한 한국은 3쿼터 막판 42-41로 역전했다. 4점차로 뒤진 상황에서 김선형이 개인기를 이용해 레이업슛을 성공시켰고 그 과정에서 얻은 추가 자유투까지 성공시켰다. 분위기를 탄 한국은 김주성이 김선형의 슈팅이 림 맞고 나온 걸 팁인시켜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다. 경기장을 찾은 한국 응원단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후 중국 선수들의 플레이는 주눅이 들었다. 한국은 3쿼터를 46-42로 앞섰다.

한국은 4쿼터 5분여를 남기고 동점(48-48)을 허용했다. 한국은 이젠롄의 돌파에 골밑이 열렸다. 이후 끌려가다 다시 동점을 만들었고, 양동근의 자유투로 2점을 앞서갔다. 하지만 경기 종료 40초를 남기고 다시 57-57 동점을 허용했다.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이었다. 조성민이 경기 종료 30초 사이에 자유투 4개를 성공시키며 만리장성을 무너트렸다. 최종 스코어는 63대59였다. 마닐라(필리핀)=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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