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미리뷰] LG-오리온스 2차전 관통하는 세가지 키워드

기사입력 2015-03-09 11:02


1차전 제퍼슨의 골밑 슛 장면. 사진제공=KBL

LG 김시래의 공격장면. 사진제공=KBL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막상막상'이라고 표현했던 LG와 모비스의 플레이오프 6강(5전3선승제).

그만큼 두 팀의 전력 자체는 매우 인상적이라는 의미. 시즌 막판 그들이 가진 전력을 유감없이 보였다. 정규리그 4, 5위를 기록했지만, 가진 전력만큼은 상위권 세 팀 못지 않았다.

1차전 뚜껑을 열었다. LG가 82대62, 20점 차로 완파했다. LG 김 진 감독은 "사실 이 정도의 스코어 차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2차전은 접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스크린

현대농구에서 스크린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LG와 오리온스의 경기는 그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차전 승부를 가른 가장 명확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LG 김시래는 21득점,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경기를 지배했다.

그는 1차전을 준비하면서 가진 연습(7일)에서 스크린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 받았다. LG 김 진 감독은 스크린 수비 시 오리온스 가드진(특히 이현민)에 대한 타이트한 수비를 얘기했다. 스크린 뒤로 돌아나오지 말고, 그대로 뚫고 나오는 '파이트 스루'를 요구했다. 스크린 뒤로 돌아나오는 슬라이드 수비를 할 경우, 스크린을 한 뒤 골밑으로 들어가는 오리온스 외국인 선수와 동선이 겹쳐 그만큼 많은 공간을 내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비 시 첫 스텝과 그 다음 동작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도 짚었다. 오리온스 이현민의 경우 이런 공간을 매우 잘 활용하는 2대2에 능한 가드.

김시래는 이런 수비가 성공했다. 반면, 공격에서는 스크린을 받고 골밑으로 돌진하면서, 많은 득점과 절묘한 패스로 오리온스 수비를 무너뜨렸다. 여기에 대해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유기적인 수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2차전에서도 앞선의 스크린에 대한 대처가 승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오리온스 입장에서는 스크린을 이용한 김시래의 공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막느냐가 관건이다. 수비 시 적극적인 헷지 백(스크린을 받고 돌아나오는 가드에 대해 센터&포워드 수비수가 순간적인 마크로 움직임을 방해하는 수비기술)이 필요하고, 간격조정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민과 길렌워터, 그리고 라이온스의 2대2 공격도 눈여겨봐야 한다. 길렌워터와 라이온스는 내외곽의 공격이 모두 훌륭한 외국인 선수. 게다가 이현민은 스크린을 이용하는데 능하고, 2대2 공격에서 픽&팝(길렌워터나 라이온스가 스크린을 한 뒤 밖으로 빠지면서 외곽슛을 노리는 2대2 전술)을 활용하는데도 일가견이 있다. LG의 경우 1차전에서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외곽 수비의 약점을 최소화했지만, 여전히 불안요소인 것은 사실.

●장재석 컴백

장재석은 6일 연습 도중 발목을 살짝 접질렀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발목을 접질린 당일은 계속 훈련을 소화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발목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며 "1차전 장재석의 결장은 많이 아쉽다"고 했다.

오리온스 포워드 중 장재석은 가장 높이가 좋다. 1차전에서 LG 김종규는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그랬다.

경기를 지켜본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결국 오리온스가 길렌워터와 라이온스의 골밑 공격이 효율적이지 못했던 것은 LG 데이본 제퍼슨, 김종규가 동시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 때 이승현의 경우에 골밑에 있으면 LG 수비에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 3점 라인밖으로 빠져서 패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패턴에 대한 부분은 정규리그 때 워낙 많이 나왔던 부분이라 LG 수비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중요한 점은 길렌워터와 라이온스의 골밑 공략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장재석의 공백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장재석이 경기 중간중간 나왔더라면, LG 제퍼슨과 김종규가 오리온스 외국인 선수를 집중마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장재석이 골밑으로 잘라 들어갈 수도 있고, 리바운드를 허용할 확률도 높기 때문.

추 감독은 "무리를 해서라도 2차전에 장재석을 투입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장재석 공백의 또 하나의 부작용은 체력적 관리다. 오리온스 포워드는 양과 질에서 뛰어나다. 장재석 이승현 허일영 김동욱 등이 번갈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날 허일영고 이승현은 37분 이상을 뛰었다. 나름 선전한 김동욱 역시 30분을 뛰었다. 장재석의 공백으로 로테이션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수비가 헐거워지면서, 4쿼터 LG에 대량득점을 허용하는 빌미가 됐다. 장재석의 컴백은 2차전 또 하나의 커다란 변수다.

●두 얼굴 제퍼슨

모든 농구팬들이 알고 있듯이 데이본 제퍼슨이 차지하는 역할은 절대적이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그랬고,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는 플레이오프에서 집중력을 배가시켰다. 24득점, 1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김시래와 함께 1차전 승리의 주역이다.

더욱 인상적인 부분은 수비였다. 그의 수비는 들쭉날쭉하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의 문제인데,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던 시즌 초반은 체력때문에 수비가 많이 부족했고, 시즌 막판에는 집중도에 따라 수비력의 기복이 심했다.

그러나 집중력을 배가시킨 6강 1차전에서 그는 뛰어난 골밑 사수능력을 보였다.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오리온스 길렌워터와 라이온스의 골밑돌파를 저지했다.

게다가 공격에서도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결국 LG가 골밑을 장악했다. 리바운드 싸움에서 LG는 완승을 거뒀다. 43-32였다. 김종규(8리바운드)의 분전도 돋보였지만, 제퍼슨이 중심을 잡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결과였다.

그런데 두 차례 돌출행동이 나왔다. 2쿼터 2분39초를 남기고 길렌워터를 막다가 파울이 불리자, 농구공을 발로 여러차례 튕겼다. 결국 경고가 주어졌다. 경기종료 2분44초를 남기고는 전정규와 골밑 몸싸움 과정에서 그대로 밀어버렸다. 전정규가 제퍼슨의 몸을 막으면서 팔꿈치를 약간 쓰는 동작이 나왔고, 제퍼슨이 여기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

물론 제퍼슨은 이런 상황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순간적인 격분으로 인해 테크니컬 파울을 당할 경우 팀에 많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창원=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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