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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한새가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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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우리은행은 국내 여자농구판에서 자타공인 최강이다. 경기력에서 타팀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번 2014~2015시즌 KB국민은행 여자농구에서 승률 8할(28승7패)을 기록했다. 라이벌 신한은행과 KB스타즈가 안간힘을 내 따라오면 우리은행은 그 자리에 정체하지 않고 더 멀리 달아났다. 적장들은 우리은행 농구의 빈틈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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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챔프전이 낳은 최고의 별은 슈팅 가드 박혜진(25)이다. 그는 1차전부터 3차전까지 매 경기 40분 풀타임을 뛰었다. 단 한 번도 벤치에 앉지 않았다. 많이 뛴 건만 아니라 공수에서 단연 돋보였다. 1차전에서 11득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 2차전에선 17득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3차전에선 14득점 7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했다. 4차전에서도 14득점 8리바운드로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력에 기복이 없었고, 영양가도 높았다.
박혜진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경기력이 농익고 있다. 프로 입단할 때부터 전체 1순위로 주목을 받았지만 팀이 하위권에 머물렀을 때는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박혜진은 팀이 우승을 하면서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지난 두번의 통합 우승 때는 주역이기 보다 조연이었다. 우리은행의 베테랑 임영희가 주인공이었다. 임영희는 지난 2년간 챔프전에서 MVP에 뽑혔다. 박혜진은 큰 경기에서 주저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랬던 박혜진은 이번에 확실한 해결사로 성장했다. 그의 플레이에 여유로움이 녹아 들었고 강철 체력을 앞세워 KB스타즈의 공격을 차단했다. 빠른 발로 KB스타즈 공격의 시작인 변연하를 괴롭혔다. 또 폭넓은 움직임으로 슈팅 찬스를 만들었다. 위성우 감독은 "박혜진은 우리은행을 넘어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해야 한다. 세대교체의 선봉에 서 주어야 한다. 박혜진은 이번 시즌 한 차례 고비를 넘기면서 부쩍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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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은 업그레이드가 된 게 분명하다. 우리은행에서의 팀내 입지도 달라졌다. 임영희(35)의 나이를 감안할 때 앞으로 박혜진의 역할과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박혜진은 임영희 보다 10살이나 어리다. 자연스런 바통 터치가 이뤄지는게 맞다.
우리은행은 3연패에 만족하지 않는다. 2015~2016시즌 목표는 4연패가 되는게 맞다. 위성우 감독은 우승한 후 바로 리빌딩을 얘기했다. 앞으로 임영희에게 지금 보다 더 많은 걸 기대하는 건 무리다. 센터 강영숙도 더 좋은 경기력을 기대할 수 없다. 위성우 감독은 강훈련에 선수들이 자꾸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위성우 감독은 "우승의 원동력은 다르지 않다. 훈련 없는 성적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전 같은 강훈련을 이겨내야만 실제 경기에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걸 믿고 있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은 지독한 훈련을 참고 이겨내려고 하기 보단 피하고 싶은 마음이 앞설 때가 많다. 또 3연패까지 한 상황에서 똑같은 훈련량으로 몰아붙일 경우 부작용이 날 가능성이 높다. 위성우 감독은 이번 우승 이후 선수들에게 평소 보다 긴 휴가를 주기로 결정했다. 지친 만큼 푹 쉬고 돌아오라는 것이다. 대신 위 감독은 팀의 미래를 고려한 리빌딩 구상을 짜고 있다.
그는 "다음 시즌은 우승도 해야겠지만 선수 육성도 중요하다고 본다. 아직 내 눈에는 우리 팀에 빈 틈이 너무 많다. 선수들의 역할 비중도 달라질 것이고 선수 영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불가피하게 팀을 떠나는 선수도 나올 수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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