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정통 센터 없는 스몰 라인업을 앞세워 일궈낸 성과. 외국인 듀오 애런 헤인즈와 조 잭슨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두 사람이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선발 판도를 확 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먼저 헤인즈다. 헤인즈는 자타공인 KBL 리그 최고의 해결사이자 스코어러다. 서울 SK 나이츠가 지난 시즌까지 헤인즈와 3시즌을 함께 하며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규정상 재계약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SK가 드래프트장에서 헤인즈를 뽑을 수 있었다. 전체 2순위 선발권을 따냈기 때문. 하지만 문경은 감독은 헤인즈를 외면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플레이오프 우승 때문이었다. 정규시즌 헤인즈는 플레이오프행 보증수표였지만, 단기전에서는 높이가 좋은 확실한 정통 센터 자원이 있어야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이는 문 감독이 3시즌 동안 헤인즈와 함께 하며 느낀, 고심의 결과물이었다. 물론, 결과는 실패였다. 데이비드 사이먼을 데리고 6강도 못갔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얘기일 뿐이다. 우승에 목말랐던 문 감독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헤인즈는 2008년 KBL에 발을 들인 이후 2009~2010 시즌 모비스 소속으로 딱 한 번 우승을 경험했는데, 그 때는 주역이 아니었다. 브라이언 던스턴의 백업 멤버일 뿐이었다. 농구계에서 "헤인즈가 있으면 6강은 가지만 우승은 못한다"라는 말이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이런 헤인즈가 오리온의 우승을 이끌었다. 6차전 17득점 13리바운드 8어시스트의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쳤다. 이승현이라는 훌륭한 파트너가 상대 빅맨 하승진을 봉쇄하며 헤인즈가 활동할 수 있는 반경이 넓어졌다. 상대 빅맨에 대한 수비 부담만 줄여준다면 헤인즈는 큰 무대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삼성) 찰스 로드(KGC) 로드 벤슨(동부) 등 정통 센터들을 앞세운 팀들이 헤인즈와 에밋(KCC) 앞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다. 다가오는 신인드래프트에서는 이종현 강상재(이상 고려대) 최준용(연세대) 등 키가 큰 유망주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선수들을 보유할 수 있는 팀들이라면 이승현-헤인즈의 조합처럼 높이-스피드-득점력에서 모두 밀리지 않을 수 있는 포워드형 스코어러를 외국인 선수 선발 1순위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
잭슨의 경우는 더욱 대단한 반전 스토리다. 화려한 농구를 위해 KBL은 단신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해 1m93 이하의 선수를 1명씩 뽑게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가드 포지션의 선수들이 리그 초반 약속이나 한 듯 KBL에 적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웬델 맥키네스(동부) 에릭 와이즈(삼성) 등 언더사이즈 빅맨들이 테크니션들을 대체하기 위해 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골밑에서 수비,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하는 선수들의 역할이 훨씬 낫다는 평가가 나오며 새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케 했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 잭슨의 위력이 드러났다. 긴장감이 넘치고, 수비가 강력해지는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는 그만큼 가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압박수비를 제쳐내고, 승부처 살 떨리는 순간에서 자신있게 외곽슛을 던질 수 있는 강심장도 있어야 한다. 잭슨에게는 그 것이 있었고, 패자들에게는 그 게 부족했다. KCC와 KGC의 4강 플레이오프를 돌이키면 KGC 가드진이 전태풍을 막지 못해 진 경기였다. 더 거슬러가 KGC와 삼성의 6강 플레이오프를 보면 삼성 가드진이 KGC 앞선의 압박 수비를 뚫어내지 못하며 허무하게 패했다. 챔피언결정전은 힘이 빠진 전태풍을 잭슨이 압도한 결과 오리온이 승리할 수 있었다. 늘 플레이오프에 올라와, 가드 싸움에서 밀리며 더 높은 고지를 점하지 못했던 오리온이다.
다음 시즌 플레이오프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함부로 언더사이즈 빅맨을 선택하지 못할 수 있다. 잭슨의 플레이가 계속 뇌리를 스칠 것이기 때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