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패스, 예리한 외곽슛. 경기를 통해 다져진 프로농구 간판 선수들의 기량이 이번엔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11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17~2018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10개 구단 대표 선수들이 감춰뒀던 날카로운 입담을 마음껏 펼쳐냈다. 동료 선수들과 감독들을 향해 쏟아낸 질문의 수준이 예사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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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2017-2018 정관장프로농구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미디어데이에서 KCC 전태풍과 추승균 감독이 환하게 웃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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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거침없는 질문 화살을 날려댄 인물은 단연코 KCC 간판 가드 전태풍이었다. 여전히 약간 어눌한 한국어였지만, 그 내용만큼은 마치 이름처럼 '태풍'같이 장내를 휩쓸었다. 전태풍은 '주목해야 할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하)승진이! 하승진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내가 봤을 때 승진이가 여기 KBL에서 가장 특별한 선수에요. 키도 2m20㎝짜리 선수가 없어요. 그리고 우리팀 센터예요. 재미있고, 성격도 좋아서 제일 좋아요"라며 애뜻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하지만 전태풍은 리그 고참으로서 '지각생 후배'를 향해 따끔한 한 마디도 잊지 않았다. 다른 팀의 감독 혹은 선수들에게 질문하는 순서. 기회를 얻은 전태풍은 SK 김선형을 지목했다. 다른 선수들이 전략이나 전술 혹은 시즌 전망에 관해 질문을 던진 것과는 달리 전태풍은 특유의 말투로 거침없이 말했다. "야, 너는 형들 다 일찍 시간맞춰 왔는데 혼자서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인마!" 김선형은 이날 미디어데이 시간(오전 11시)에 겨우 임박해서 도착했다. 그 점을 꼬집은 것.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고, 김선형은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고, 늦는 데는 핑계가 없죠. 다음부터는 안 늦겠습니다"라고 꼬리를 내렸다.
동부 DB 두경민 역시 말솜씨가 남달랐다. 그는 '절대 지고싶지 않은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같은 가드 포지션인 "모비스 양동근 선배님이다. 살면서 한 번쯤은 이겨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소 평이한 대답. 그러나 뒤에 이어진 이유가 양동근을 당황케 했다. 두경민은 "양동근 선배님이 더 나이가 드시면, (나에게 졌을 때) 나이 핑계를 대실 것 같다"며 도발에 나섰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두경민은 전태풍에게는 "경기 종료 3초전 마지막 공격 때 패스를 한다면 과연 누구에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내 생각에는 분명 본인이 슛을 쏠 것 같지만, 대답해 달라"는 흥미로운 질문도 던졌다. 전태풍은 "아, 너무 힘들다"면서 "내가 공 잡았을 때 감독님한테 사인 받아야 해. 아마 승진한테 포스트업 패스 하겠지. 내가 결정권있다면 (이)정현한테 주고 싶은데, 아마 에밋이 뺏어갈 거에요"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밖에도 두경민에게 전 팀동료였던 맥키네스를 콘트롤 하는 법에 대해 물은 김영환이나 현주엽 감독에게 김종규오의 먹성 비교 우위에 대해 질문한 김선형의 질문 역시 미디어데이를 뜨겁게 달구며 이번 시즌 프로농구의 흥미로운 대결 구도를 예고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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