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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득점' 그레이 잠재력 폭발...신기성 감독이 옳았다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8-01-25 01:49


사진제공=WKBL

르샨다 그레이(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가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팀의 연승행진을 이끌고 있다.

그레이는 지난 24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경기에서 31득점 14리바운드를 혼자서 기록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날 2쿼터까지 신한은행은 31-37로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레이는 3쿼터 바스켓 카운트 2개를 포함해 혼자서 12득점을 책임졌고 4쿼터에는 15득점을 몰아넣었다. 이날 신한은행의 주득점원인 김단비가 8득점, 카일라 쏜튼이 9득점에 그친 것을 보면 그레이의 활약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상대팀 임근배 감독도 경기 후 "그레이를 막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최근 그레이의 '각성'을 말할 때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신기성 감독 역시 "계속 말하기 그렇지만 실제로 그레이는 남자친구가 오고 나서 잘하기 시작했다. 남자친구가 해주는 부분이 크다"고 웃으며 말할 정도다. 그레이도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남자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한가지 더 있었다. 바로 신 감독에 대한 고마움이다.

그레이는 "감독님이 날 믿어줬다. 내가 WNBA 출신도 아닌데 그런 리스크를 감안하고도 나를 뽑아줬다"며 "그래서 더 잘해보이고 싶었다. 나를 믿어준 덕분에 열심히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신감독은 WNBA선수도 아닌 그레이를 선택했다. 하지만 무작정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레이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처음 그레이를 받을 때 오펜스 리바운드에 강점이 있었다. 인사이드에서 몸싸움이 가능하면서도 빨라서 기동성까지 갖췄다. 또 손도 커서 캐치력도 좋았다"고 그레이의 첫 인상에 대해 말했다. 이어 그는 "신장이 큰 편은 아니지만 힘도 좋았다. 때문에 본인보다 큰 선수도 스피드와 파워로 승부가 가능하다"고 평했다.

이날 경기는 신감독이 그레이를 선택했을 때 기대했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신 감독은 "사실 쏜튼은 아웃사이드에서 뛰는 선수다. 빠른 트랜지션으로 리바운드 후 속공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게 잘 풀리지 않으면 인사이드에서는 약점이 있다"며 "쏜튼은 또 자기가 하려고 하는 스타일이면 그레이는 동료들을 도와주면서 받아먹을 건 받아먹고 기회가 되면 일대일도 한다. 그래서 선수들도 그레이가 편한 면이 있다. 그래도 한국에 와서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을 텐데 대단하다"고 그레이를 치켜세웠다.

그레이 본인도 "시즌 초반보다 선수들이 믿고 나에게 볼을 준다. 그 것에 반응하면서 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레이에게 신뢰를 보여준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이를 믿고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는 그레이의 호흡은 시즌 후반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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