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외인 없는 여자 프로농구, 포착되는 특징은?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0-10-13 14:25


우리은행 김소니아가 10일 청주체육관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KB스타즈와의 개막전에서 KB스타즈 박지수의 수비를 뚫고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삼성생명 김단비가 11일 BNK썸과의 시즌 첫 경기에서 골밑슛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WKBL

신한은행 한엄지가 12일 하나원큐전에서 하나원큐 양인영의 수비를 제치고 골밑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2020~2021 KB국민은행 리브모바일 여자 프로농구가 지난 10일 개막, 12일까지 6개팀이 맞대결로 각각 1경기씩 총 3경기를 소화했다.

올 시즌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외국인 선수가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팀 전력의 최대 절반을 차지하는 포지션이 없는 가운데 국내 선수들만 나서다보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은 분명하다. 예전보다 공수에서 책임감이 더 커질 주전 선수들은 물론, 기회를 얻게될 벤치 멤버들까지 분명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할 수 있다.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팀별로 아직 1경기씩 치른 것에 불과하지만, 외국인 선수가 없다보니 조금씩 두드러지는 특징들이 포착되고 있다. 골밑 돌파가 확실히 과감해 지면서 포워드진이 풍부하거나 혹은 신구 멤버의 구성 비율이 조금 더 조화로운 팀이 경쟁력을 갖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개막전으로 펼쳐진 KB스타즈와 우리은행의 맞대결에서 당초 승부의 키를 쥐고 있는 선수는 KB스타즈의 센터 박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김소니아, 김정은과 같은 특급 포워드진에 센터를 제외하곤 모든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박지현을 보유한 우리은행의 승리였다.

예전에는 자주 외국인 선수와 상대하며 공수에서 부담이 컸던 김소니아는 박지수와의 매치업에서 한발 빠른 스피드와 탄력을 바탕으로 골 에어리어 주위를 종횡무진 휘저으며 2점슛으로만 20점, 자유투 6개 등으로 본인 한 경기 최다인 26점을 쓸어담았다. 김정은 역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님에도 불구, 베테랑의 관록으로 3점포 2개 포함 24득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더불어 에이스 박혜진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리딩 역할을 했던 박지현도 후반 집중력 부족이란 약점을 나름 극복, 과감한 골밑 돌파로 승리를 사실상 결정짓는 위닝샷을 선보이는 등 높이에서 우위를 보인 KB스타즈를 꺾는데 한 몫 했다.

11일 삼성생명과 BNK썸 경기에선 삼성생명의 포워드 김단비와 김한별이 이를 이어나갔다. FA 양인영의 보상 선수로 벌써 3번째로 팀을 옮겨야 했던 10년차 중고참 김단비는 이를 한풀이 하듯 3점슛 6개를 포함해 29득점, 역시 본인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쓰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슈터가 아니다보니 아무래도 상대 선수들이 수비에서 허술했던 측면도 있었지만 김단비는 이를 잘 활용해 메이드를 시켰고, 리바운드도 9개를 잡아내는 등 내외곽을 두루 책임졌다. 베테랑 김한별 역시 외국인 선수가 없다보니 골밑 돌파를 더 많이 시도하고 확실히 성공률도 높았다. 16리바운드로 센터 배혜윤의 10리바운드보다 더 많이 잡아낸 것도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12일 신한은행과 하나원큐전에선 에이스 김단비와 한채진 등 포워드진이 역시 강했다. 김단비는 18득점-11리바운드, 한채진은 13득점-8리바운드-6어시스트 등으로 베테랑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여기에 과감한 골밑 돌파로 12득점을 보태며 완승을 이끈 4년차 신예 포워드 한엄지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주로 식스맨으로 뛰던 한엄지는 이날 27분여의 출전 시간을 보장받으며 몸싸움을 마다치 않는 투지를 보여줬다.

이처럼 3경기는 포워드진의 인상적인 활약과 더불어 베테랑과 신예 혹은 새로운 이적 멤버와의 적절한 조화가 이뤄진 팀들이 승리를 거둔 공통점도 있다. 신한은행 가드 이경은은 "외국인 선수가 없다보니 확실한 득점포가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대신 오프시즌에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손발을 잘 맞춘 국내 선수들끼리 연습 때처럼 경기도 할 수 있어 상당한 장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1경기씩을 한 것에 불과하고, 경기는 상대성이 큰데다 이번에 패한 팀들이 공수에서 확실한 대비책을 세울 것은 분명하다. 시즌 초반이라 체력적인 부담이 별로 없는 베테랑들의 노련함도 일정기간 발휘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변수'에도 불구,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가 없다는 '상수' 속에서 기존에 기회를 별로 얻지 못했던 국내 선수들의 깜짝 활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분명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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