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올 시즌 판정 기준에 큰 변화를 줬다. '핸드 체킹 룰'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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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시즌 때 박정은 심판 본부장은 이 같은 변화를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이유가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외국인 선수의 영입이 쉽지 않았다. 나날이 떨어지는 여자농구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국내 선수들만의 리그 운영도 필요했다.
핸드 체킹 룰을 강화하면 공격수들에게 상당히 유리해진다. 그동안 여자프로농구에는 극심한 몸싸움과 소위 말하는 '손질'이 있었다. 이에 대해 좀처럼 반칙을 선언하지 않는, 하드콜 운영이 많았다.
물론 갈수록 현대농구는 몸싸움을 권장한다. 때문에 하드콜은 국제 경쟁력 향상에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잃는 게 더 많았다.
하드콜을 악용, 치열한 몸싸움 대신 손을 쓰는 부정행위가 극심해졌다. 하드콜이라는 명목으로 파울은 불리지 않았다.
수비에서 기본은 발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손질'이 극심해지면서 수비의 기본기가 떨어졌다. 또, 공격수들의 과감한 돌파가 줄어들었다. 포스트에 볼을 투입하는 비중을 한껏 높인 '클래식한' 농구로 역행했다.
따라서 핸드 체킹 룰을 강화하는 것은 여자프로농구 발전을 위해서는 충분한 당위성이 있었다.
단, 과도기적 측면도 있다. 비 시즌 테스트를 했다. 반칙이 너무 많아졌다. 경기 시간이 길어졌다. 자유투가 기형적으로 많아지는 현상도 있었다. 6개 구단 감독들은 "핸드 체킹 룰을 너무 강화하면 농구의 본질 중 하나인 몸싸움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같은 부작용을 잡기 위해 '박신자컵'을 통해 실험한 WKBL은 6개 구단 감독들과 세 차례 미팅을 가졌다. 또, 각 구단을 돌아다니며 바뀐 룰에 대한 설명을 했다. 최종안은 '볼을 가진 상태에서 핸드 체킹 룰은 강화, 볼이 없을 때는 정상적 몸싸움은 그대로 둔다'가 핵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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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가 없어서 우려했던 저득점 현상은 싹 사라졌다. 경기당 득점이 올라갔다. 기계적으로 득점력이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국내선수의 트랜지션과 속공, 그리고 돌파 비율이 높아졌다. 삼성생명과 BNK전에서는 97대87의 스코어가 나왔다.
경기는 흥미진진해졌다.
부가적 효과도 있다. 이변이 많이 일어났다. 물고 물리는 싸움을 하고 있다. 단순한 골밑 중심의 농구에서 벗어나, 빠른 가드들이 공격을 주도하면서 전력의 변수가 많아졌다. 경기 흥미도는 더욱 높아졌다.
즉, '볼이 있을 때 핸드 체킹 룰의 강화, 없을 때 정상적 몸싸움 허용'이라는 원칙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대부분 감독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찬성을 한다.
또 하나의 효과. 박정은 본부장은 "핸드 체킹 룰을 강화하면서 수비의 기본인 사이드 스텝의 강화라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또 선수들의 부상 빈도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한다"고 했다.
가드들이 돌파할 때, 손을 쓸 수 없다. 몸을 붙여야 하기 때문에 스텝이 빨라야 한다. 비 시즌, 6개 구단 감독들은 이 부분에 대해 강조, 또 강조했다. 긍정적이다. 게다가 가드들이 과감한 돌파를 하면서 공격 기술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도 경기를 치르면서 느낀다. 볼을 가진 선수들에 대한 몸싸움이 완화되면서 부상 빈도가 줄어드는 부분도 긍정적이다.
물론 보완점도 있다. 아직 여자프로농구 심판진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 핸드 체킹 룰까지 도입되면서 일관성이 부족했던 판정 기준이 더욱 흔들릴 위험도도 있다. 실제, 판정 기준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어느 경기는 파울 콜이 많이 불리는 반면, 다음 날에는 그렇지 않은 모습들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일부 구단과 감독, 그리고 선수들의 불만도 있다.
하지만, 판정 기준의 일관성 부족은 지난 시즌에도 꾸준히 있어 왔던 것이다. 핸드 체킹 룰이 안착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박정은 본부장은 "이 기조가 맞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밀고 나갈 계획이다. 일관성 문제는 우리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심판진의 능력을 더욱 키우고 애써야 할 부분이다. 단, 6개 구단이 공평하게 룰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는 점은 믿어줬으면 한다"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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