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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부산 BNK, 숙제 못풀면 악몽의 크리스마스 찾아온다.
패배 의식에 젖은 팀이 보여준 전형적인 경기였다. 크게 앞서도 '이러다 우리 또 역전 당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지배하니, 선수들 플레이에 여유가 없었다. 상대가 쫓아오고, 자신들이 골을 넣지 못하자 조급해졌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4쿼터 상대 김한별의 3점슛은 림을 맞고 튀어오른 뒤 골인됐는데, 안혜지의 3점슛은 들어가다 돌아나왔다.
BNK는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제도가 사라진 가운데, 어느정도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됐다. 리그 정상급 빅맨으로 성장한 진 안과 3억원 최고 연봉 가드 안혜지 두 기둥이 있기 때문. 구 슬, 노현지, 이소희, 김진영 등 국내 선수 라인업이 나쁘지 않았다.
먼저 선수. 진 안과 안혜지 모두 좋은 선수들이지만 아직 완성형은 아니다. 이제 상대팀들이 두 사람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이 압박을 이겨낼 힘이 아직은 부족하다. 진 안은 신체 능력과 투지는 좋지만 노련미가 부족하다. 안혜지는 냉정히 볼 때 외국인 선수가 있을 때 빛을 발할 수 있는 스타일. 혼자 게임 체인저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두 사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선수들이 이 기대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느낌이다.
이소희는 능력이 있지만, 안혜지 위주로 돌아가는 농구에서 역할이 극히 제한적이다.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구 슬과 노현지는 성장 속도가 너무 느리다. 이제는 그들에 대한 기대를 조금씩 줄이는 게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벤치도 점검을 해봐야 한다. BNK는 사상 최초 여성 코칭스태프를 꾸려 화제가 됐다. 이번 시즌에는 레전드 변연하 코치까지 합류했다. 하지만 유영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경기 상황 대처 등을 보면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삼성생명전을 보면 양팀 모두 4쿼터 승부처 패를 드러내놓고 하는 경기였다. 삼성생명은 김한별, 배혜윤이었고 BNK는 진 안, 안혜지였다. BNK는 김한별과 배혜윤을 막지 못했다. 이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출중한 것도 있지만, 팀으로서의 대처가 전혀 되지 않았다. 반대로 공격에서는 삼성생명의 지역방어를 뚫어내지 못했다.
유 감독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경기 전, 후 인터뷰나 작전타임을 통해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주지만, 선수들이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하지만 그것도 감독이 책임을 져야할 몫. 유 감독은 최근 "연습 때는 잘하는데 시합만 하면 선수들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한탄하는데, 이는 모든 팀 감독들이 똑같이 느끼는 부분이다. 다른 팀 선수들도 연습 때는 잘한다. 이걸 이겨내는 선수가 A급으로 성장하는 것이고, 그 성장을 시키는 게 코칭스태프의 역할이다.
BNK는 크리스마스인 25일 부천 하나원큐와 대결한다. 전력, 순위로 볼 때 그나마 해볼만한 상대다. 다시 말해 이 경기에서 지면 10연패는 물론, 연패가 더 길어질 수 있다. KB스타즈-삼성생명-아산 우리은행전이 이어진다. 하나원큐전에서 어떻게든 연패를 끊어야 한다. 전술적, 정신적 무장이 필요하다. 유 감독이 늘 강조하는, 하지만 추상적으로 들리는 "BNK다운 농구"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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