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3차전 4쿼터 도중 삼성생명 윤예빈은 다리를 절뚝이며 코트 밖을 빠져나갔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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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에서 가용인원은 6~8명. 총력전이다. 베스트 5를 중심으로 조직력을 극대화한다. 챔피언에 오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지름길이다.
단, 예외적 경우가 있다. 삼성생명은 '코어'가 약하다. 김한별과 배혜윤은 박지수, 박혜진과 같은 '강인함'과 '지속성'은 부족하다. 때문에 정규리그에서 우리은행과 KB와의 경기에서 삼성생명은 승부처를 버티지 못했다.
승부처마다 김한별은 흥분했고, 배혜윤은 집중력이 부족했다.
단, 삼성생명의 강점은 외곽 롤 플레이어 자원들이다. 윤예빈을 비롯해 김단비 김보미 조수아 신이슬 이명관 김나연 등이 일정 이상의 기량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김한별과 배혜윤을 동시에 투입, '코어'로 승부를 걸면, 템포가 느려진다. 두 선수에게 공격이 집중되면서, 자연스럽게 외곽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우리은행을 상대하기는 만만치 않다. 조직적으로는 극강이다. 트랜지션이 느리고, 골밑 공격이 주요 루트인 삼성생명의 팀 컬러로는 넘기 쉽지 않은 산이다.
임 감독은 10명의 로테이션 멤버를 돌리면서 김한별과 배혜윤을 로테이션시켰다. 파격이었다. 단, 두 선수가 축인 것은 맞다. 두 선수를 중심으로 로테이션을 돌렸고, 부족한 코어의 힘을 윤예빈이 채웠다.
우리은행은 김정은이 없다. 때문에 객관적 전력만 놓고 보면 정규리그 우승이 신기할 정도다. 즉, 모든 것이 집중되는 플레이오프에서는 자연스럽게 업셋을 당할 확률이 높았고, 결국 그렇게 됐다.
삼성생명의 로테이션 발상 전환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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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의 로테이션은 객관적 전력 자체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또, 우리은행과의 '스몰볼'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실제, 기동력은 비슷하고, 높이도 비슷해진다. 삼성생명은 활동력을 극대화하면서 반칙도 불사한다. 우리은행의 주요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결국 장기전으로 갈수록 삼성생명이 유리해지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산전수전을 다 겪은 우리은행의 조직적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우리은행을 넘기 위해서는 '카운터 블로"가 있어야 했다.
첫번째는 수비적 준비였다. 삼성생명은 5, 6라운드를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했다. 4위가 확정됐고, 더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우리은행의 외곽 공격 조직력을 파훼하는 수비를 계속 대비, 철저히 준비했다.
두번째는 윤예빈이었다. 윤예빈은 '히든 카드'였다. 박혜진과 매치업. 공수에서 우리은행의 절대 에이스를 압박하기 가장 좋은 카드였다. 좋은 신장과 스피드를 지니고 있기 문이다.
1, 2차전은 기대 이상이었다.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위협적 존재였다. 삼성생명의 코어가 그동안 '김한별+배혜윤'이었다면, '스몰볼'로 전환한 4강 PO에서 코어는 '김한별+윤예빈'(20분), '배혜윤+윤예빈(20분)'으로 이원화됐다. 당초, 신한은행이 정규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PO에서도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PO는 PO다. 숨겨졌던 객관적 전력의 힘의 차이가 나타난다. 삼성생명은 파격적 로테이션 전환으로 '숨겨진 힘'을 찾았다. KB와의 챔프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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