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저도 그렇고, 팀원들도 그렇고. 다들 즐기면서 하자고 다짐했죠."
이 예상은 어느 정도는 맞아 떨어졌다. 코웨이와 춘천시장애인체육회 그리고 대구광역시청까지 나란히 2승1패를 기록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이들 세 팀은 모두 제주 삼다수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렸다. 제주삼다수는 개막전으로 펼쳐진 코웨이전 승리(60대51)에 이어 고양 홀트(75대43), 무궁화전자(75대52)를 연파하며 파죽의 3연승을 질주했다.
▶제주 개막 3연승 이끈 김동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농구를 하겠다"
이런 맹활약의 비결에 대해 김동현과 이야기를 나눴다. 19일 무궁화전자전 승리로 3연승을 달성한 뒤였다. 김동현은 예상과 달리 전혀 들뜨지 않고 오히려 덤덤하게 리그 초반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는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우리 팀 역시 비시즌에 이적이 많고, 변화도 많았다. 솔직히 팀 방향성에 약간 혼동이 오기도 했다. 우리도 젊은 선수들을 영입해서 '키워서 해보자. 우리의 방향성을 맞춰보자'는 다짐으로 노력했었다. 그렇게 노력한 것 만큼 초반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
그의 말처럼 휠체어농구는 많은 장비와 이동이 불편한 신체 조건 때문에 원정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다. 심한 경우, 경기 전 연습은커녕 피로감 조차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김동현이 홈에서의 3연승에도 더욱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는 이유다. 제주가 원정을 떠날 경우, 반대로 엄청난 데미지를 안고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쨌든 코로나19의 길고 어두웠던 터널을 뚫고, 리그가 정상적으로 개막하게 됐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김동현은 "코로나 이후 실내 경기장과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지 못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심리적인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컸다. 나 때문에 팀 성적이 떨어질까봐. 다행히 팀에서도 믿어주고, 동료들도 도움을 주려고 해서 의지가 많이 됐다"면서 "동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동료들과 웃으면서 이야기한다. 우리가 올 시즌 지나치게 큰 그림을 그리는 대신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상황으로 편안한 그림을 만들어보자고. 말하자면 풍경화 보다 가벼운 캐리커처를 그리는 식으로 하자고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동현은 "일반적으로 휠체어농구라고 하면 장애를 극복하고 농구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걸 뛰어넘어 일반인들과 똑같은 스포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멋있고 재미있는 '아트(art)'한 경기들이 많다. 농구팬들이 휠체어농구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분명 더 멋진 플레이들이 나올 것이다. 편견 없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제주와 김동현의 연승 질주가 어디까지 굴러갈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