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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나는 실패했었다."
그런 그의 커리어에서 최대 오점은 서울 삼성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를 시작했다가 씁쓸하게 퇴진한 일이었다. 2014년 삼성에서 감독을 시작한 그는 2016~2017시즌 챔프전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이후 성적 부진과 함께 소속 선수의 음주운전 사건까지 겪으며 2021~2022시즌 도중 하차했다.
친정팀 KCC에서 새출발 기회를 얻은 이 감독은 '그때'의 아픈 기억을 덮으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스스로 '실패'를 언급한 것은 의례적인 겸손 '립서비스'는 아니다. 전패위공(轉敗爲功·실패를 거울삼아 성공의 발판으로 삼는다)이라고, 냉철한 현실인식으로 '두 번 실패는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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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KCC에서 선수 시절 3차례, 코치로는 2023~2024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KCC 감독으로 정상에 오른다면 한국농구연맹(KBL) 리그 최초로 '같은 팀에서 선수-코치-감독으로 챔피언 등극' 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선수 시절 갖은 영광을 누린 이 감독이 '최초 기록'을 탐내서도 아니다. 이 감독은 "KCC에서의 우승을 끝으로 기분좋게 농구계에서 은퇴하고 싶은 소망"이라고 했다. 이 감독에게 KCC는 지난 2007년 자유계약선수(FA) 거래 과정에서 '보상선수'로 삼성으로 이적하게 만드는 등 서운함을 안겼던 애증의 팀이었다.
하지만 당시 이상민을 쫓아내려고 했던 게 아니었던 KCC는 '영구결번(11번)'으로 구단 역사에 새겨넣었고, 지난 2023년 코치 귀환을 단행한 데 이어 '제2의 지도자 인생' 길을 열어줬다. '마지막' 기회를 준 '찐' 친정팀에 '최고의 선물(챔피언)'로 보답하고 싶은 게 이 감독의 인지상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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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건강한 팀'이란 표현으로 팀 KCC의 재건 의지도 담았다. '디펜딩챔피언'이었던 KCC는 지난 시즌 정규 9위로 마감했다. 결정적 원인은 송교창 최준용 등 장기 부상 이탈자를 비롯해 허웅 김동현 전준범 등 나머지 선수들도 부상으로 정상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KCC에게 부상 악재는 최근 몇 년간 '고질병' 같았다. 2023~2024시즌에도 정규리그 내내 부상으로 고전하다가 5위로 마친 뒤 최초의 '5위팀 챔피언' 신화를 작성한 것도 포스트시즌에서 늦게나마 부상 악재를 덜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코치로 보좌하며 이런 실태를 파악한 이 감독은 정작 시즌 돌입 후 부상이 빈발하는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비시즌 준비 과정에 변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KCC의 비시즌기 단골코스로 여겨왔던 '태백 여름 체력훈련'을 없애는 대신 다른 방식의 강화 프로그램을 구상하기로 한 것도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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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난 시즌 건강하지 못했던 KCC 특유의 '호화 멤버'들이 이 감독이 천명한 대로 '건강하게' 재건된다면 명예회복은 머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은 "KCC는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에 적합한 멤버로 구성돼 있다. 송교창 최준용 등 주축들이 다시 달릴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거듭 강조했다. "나부터 (정상을 향해)달려가겠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