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농구의 감독 선임 트렌드가 '젊은 바람'에서 '복고풍'으로 변하고 있다. 이른바 '경력자 우대'에 화룡점정을 찍은 이는 최근 수원 KT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문경은 감독(54)이다. 앞서 선임된 유도훈(58·KGC) 이상민(52·KCC) 손창환(49·소노) 양동근(44·현대모비스) 감독 등 총 5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이 신임 감독들의 공통점은 지도자(코치, 감독) 경력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2024~2025시즌까지만 해도 농구판에서는 '젊은 리더십'이 대세로 연착륙하는 분위기였다. MZ 세대 선수, 사회적 변화 흐름에 맞춰 젊은 감독이 나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2024~2025시즌 종료 기준 10개 구단 감독의 나이 분포를 보면 전창진 KCC 감독(62)과 김상식 전 KGC 감독(57), 전희철 SK 감독(52)을 제외하고 7개팀 모두 40대였다. 농구판 '40대 기수론'이 회자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새 바람을 몰고 올 줄 알았던 '40대 기수론'은 사실상 실패였다. 김태술 전 감독은 남은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한 시즌 만에 사퇴했고, 김효범 서울 삼성 감독(42)은 한국농구연맹(KBL) 리그 최초 4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송영진 전 KT 감독(47)은 '옵션 1년' 계약에 실패했다. 실패 사례의 공통점은 지도자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반면 '40대 기수론'의 맏형으로, 사실상 50세인 조상현 LG 감독(49)은 2013년 고양 오리온 코치로 지도자를 시작, 국가대표팀 코치-감독 등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LG 창단 후 첫 챔피언을 선사했다. 이런 성공-실패 사례를 목격하면서 '젊다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는 인식 변화와 함께 '경력자'를 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한다. 한 농구계 관계자는 "속담에 '늙은 말이 콩 더 달란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다"면서 "성적을 올리고 싶은 프로 팀들은 경험자의 '노하우(길)'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선임된 유도훈 문경은 이상민 손창환 감독 모두 '경력자'다. 유 감독은 2000년 KCC에서 현역 선수 은퇴와 동시에 코치로 변신한 뒤 2006~2007시즌 도중 KGC의 지휘봉을 잡으며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009~2010시즌부터 14시즌간 전자랜드-한국가스공사의 장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챔피언결정전 1회, 4강 4회, 6강 5회로 플레이오프 단골팀을 만들었다. 2022~2023시즌 종료 후 구단 사정으로 인해 중도 사퇴했지만 '지도자' 유도훈에 대한 평가에는 흠결이 없었기에 다시 기회를 얻었다.
문 감독도 2011년부터 10년간 SK를 지휘하면서 챔피언 1회, 정규 우승 2회, 4강 3회, 6강 1회 등 프로 출범 초기 강호였던 SK의 '2기 전성기'를 이끌었다. SK를 떠난 뒤 해설위원으로 5년간 야인생활을 하고도 '통신사 라이벌'팀의 선택을 받은 건 우승 경험 때문이다.
삼성에서 10년간 코치-감독을 경험한 이상민 감독은 KCC '우승 청부사' 전창진 감독 아래에서 2년간 코치로 일하면서 챔피언 등극(2023~2024시즌)을 보좌하는 등 '감독 수업'을 받았다. 처음으로 사령탑에 오른 손창환 감독도 경험으로는 웬만한 베테랑 지도자급이다. 그는 KGC에서 2003년 은퇴 후 10년간 전력분석원(2005~2015년)을 거쳐 코치로 변신, 10년간 김승기 전 감독을 보좌했다. 그 기간 동안 경험한 챔피언은 3회에 달한다. 이기완 소노 단장은 "손 감독이 은퇴 후에도 20년간 꾸준히 선수단 곁을 지켜왔던 만큼 경험은 물론 선수들과의 소통에서도 능력 발휘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